막걸리
막걸리
  • 경남일보
  • 승인 201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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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전 진주시의회 의장)
올 3월 각국 정상들이 서울에 모여 핵 안보회의를 개최했다. 만찬 때 우리 전통 막걸리가 건배주로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반응이야 어쨌든 퍽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의 전통 막걸리가 국내시장은 물론 한류바람과 함께 수입되는 상태를 크게 앞지른 결과는 마케팅전략이라든지 기호층이 찾을 수 있는 입맛변화, 발효상의 문제해결 등 엄청난 연구와 노력의 결실 끝에 일본시장에 활개를 치기 시작하면서 애주가들이 급증했다. 일본 고대문헌인 고사기(古事記)에 보면 3세기 응신천황 때 백제에서 수수보리(須須保利)라는 사람이 와서 누룩으로 술 빚는 법을 처음으로 전해 일본의 주신(酒神)으로 좌정하여 백제 술을 마시고 읊은 노래가 전해졌다고 한다.

“수수보리가 빚어준 술에 내가 취했네/마음을 달래주는 술 웃음을 불러주는 술에 내가 취했네.”(이태규 코너에서 1991~5) 또 한번 옛날의 역사 속에 우리의 자존심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깃발 아래 농주(農酒)는 농사 지을 때 새참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가며 여름햇볕 아래 땀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장단에 맞춰 소리 지르며 타작하는 활력소, 원기소 역할을 하는 힘의 근원이었다. 동네에서 잔치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필수적인 향주가 푸짐해야 축하객들이 경쾌해지고 마음도 즐거워진다. 흡족한 먹거리 속에 흥이 돋으면 두 번 아이가 되는 것은 노인뿐만 아니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면서 덕담과 함께 헤어진다.

해가 뜨면 논과 밭에서 흙 만지며 하늘 쳐다보고 똑같은 일만 매일 계속하다가 시골장날이 되는 날이면 장터에 바람 쐬러 간다.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의 안부도 알고 막걸리도 한잔하는 소통과 만남이 일어나는 장터는 정이 넘치는 소박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막걸리 앞에 놓고 세상이야기를 하다보면 한나절 해는 기웃거리고 파장이 되어 가면 갓끈도 느슨해진다. 막걸리 한잔 대접 받으면 최고의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 막걸리는 약속과 신의를 지켰다. 서로 도와가며 품앗이 공동작업을 하다보니 이웃과의 협력, 협동의 싹이 튼 것도 막걸리 덕분이었다.

요기도 되고 흥도 나고 기운도 돋우며 서로 잘 소통도 시키고 일도 수월하게 해주는 막걸리는 궁중 황실에서부터 지금에는 현직·전직 대통령과 함께 서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평등지향의 성향 때문에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철학을 담고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전통주가 아닌가. 이제 관심과 연구를 계속하며 다듬고 제대로 형태를 갖추면 글로벌시장으로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명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을 향하여 우리의 정이 담긴 전통주가 세계인의 다이어트를 위한 웰빙이란 이름을 달고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전 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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