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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진화해야 한다이찬규 (창원대학교 총장)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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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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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Organization)의 사전적 의미는 개개의 요소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결합하여 일체적인 것을 이루고 있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조직이라는 단어와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매우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가정도 조직이고, 학교나 직장, 동창회, 동호회, 국가 등 모든 것이 조직이다. 어쨌든 우리는 상호 얽혀져 있는 다양한 조직의 구성요소로 활동하며 삶을 영위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인 ‘부의 미래’에서 조직의 변화속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변화속도가 시속 100마일이라면 정부조직의 변화속도는 시속 25마일이고, 학교라는 조직의 변화속도는 시속 10마일이라고 표현하였다. 물론 법을 다루는 조직의 변화속도는 학교보다 느린 시속 1마일이다. 이 글을 보고 나서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시속 10마일로 달리는 대학에서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을 교육하고, 학문을 발전시키고,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모든 나라의 대학이 동일하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조직은 나라마다 다소 상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대학이 학과라는 단위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유럽이나 일본의 대학은 교수(혹은 연구실) 중심의 단위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소규모 학과라는 단위조직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식과 유럽식 제도 중에서 교수에게 편리한 제도만을 가져온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다.

필자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공과대학만 하더라도 16개의 학과(혹은 전공)가 있는데 일부는 전공의 형태로 되어 있지만 그 운영방식을 보면 독립된 학과와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형 주립대학에도 학과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즉 학과라는 조직의 틀을 단순하고 크게 만들어서 수십명 이상의 교수를 포진시키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중심의 전공 트랙을 제공함으로써 교수나 학생 모두가 경쟁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반면에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교수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인 관계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는데, 그 교수가 은퇴를 하면 그 조직의 존폐여부 자체가 심도 있게 논의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조직은 생물체와 같이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를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진화를 해야 한다. 반면에 수명을 연장하지 못한 경우에는 생명체가 삶을 마감하듯이 조직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학과라는 조직이 변화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학과의 명칭이 바뀌거나 다른 학과와 결합되는 것에 대해 교수, 학생, 동문 모두가 그들만의 논리를 내세워 반대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학과라는 조직도 생명체와 같이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이 문제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며 정부기관과 같은 공공부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위 밥그릇을 넓히기 위해 조직을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은 많은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활성화되기는커녕 유명무실해지는 조직도 많다. 따라서 조직을 확대할 때는 항상 조직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그 수명을 다했을 때 축소시킬 방법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미래사회의 모습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융합이다. 산업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융합이 대세다. 대학에서도 학문분야의 융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은 생명체와 같이 항상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학과라는 폐쇄된 틀에서 벗어나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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