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농촌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 경남일보
  • 승인 2012.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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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장)
“행복한 삶은 국적과 영토를 초월해 인류 모두의 꿈이지요.” 농촌 현장에서 만난 어느 결혼이주 여성의 말이다. 우리 농촌에는 다양하게 뿌리를 내리며 소박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있다. 현재 국내의 결혼이주 여성은 15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의 12%이고, 국내 전체 인구의 0.3%에 불과하지만 저출산·고령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농촌사회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이 매우 크다.

농촌 결혼이주 여성들의 성공사례는 인터넷 검색사이트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헤이룽강성 출신으로 함안군 대산면 금천마을 이장 박복순씨, 일본인으로 전북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에서 부녀회장이 된 오스키 사토미씨, 몽골출신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기도 도의원이 된 이라씨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러한 성공사례의 이면에는 다문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건수는 2010년 1만 4319건으로 같은 해 국제결혼 건수 2만 6274건의 절반을 넘는다. 더욱이 이혼한 사례의 60.7%가 결혼 5년 이내이고 1년도 안 된 경우도 15.5%에 이른다.

농촌 다문화의 빛과 그림자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전환했다. 다문화사회의 역사는 15~20년에 불과하다. 1세기 이상 다문화사회의 역사를 가진 여러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일천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충분한 준비없이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급급하다 보니 적잖은 혼란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현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다문화가정이나 국제결혼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왜곡된 시선이 그대로 투영돼 나타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 배태된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사고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인적 자원이자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출산·고령화시대 우리 사회의 산업인력과 신붓감 부족을 외국인 유입없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가 국제적 다문화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결혼이주 여성들은 탈농·이촌에 따른 공동화현상에다 후속세대의 단절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갖고 있는 젊음과 도전정신, 신선한 사고력 등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다양한 언어와 국적,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은 향후 우리가 국제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일 뿐만 아니라 결혼이주 여성들의 배우자와 자녀 등 다문화가족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의 욕망과 가치가 충돌하고, 계급과 인종이 뒤섞이며, 때로는 인정이 샘솟고, 때로는 갈등이 증폭되는 곳이 바로 농촌을 기반으로 전개되고 있는 다문화 공간이다. 인류의 행복한 삶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보화·세계화 추세를 돌이킬 수 없듯이 다문화도 더욱 진전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 서로가 제로섬(zero-sum)이나 무한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공생공영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다문화를 통한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인식전환으로 새로운 도약 준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현재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주민을 통해 성장이 침체된 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접목되는 곳에서 변화와 혁신이 가능했고 융복합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농촌은 전통문화와 다양한 외부문화가 만나는 최일선이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음식과 놀이, 체험, 축제, 관광은 물론이고 새로운 형태의 산업도 가능하다. 그래서 농촌의 다문화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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