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언 기자
많은 현수막들 중 낙선자들의 현수막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다음을 기약하며 낙선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모습에서 왜 그들은 민심을 얻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다. 선거를 곁에서 취재하며 그들이 어떻게 선거라는 치열한 전투에 임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자도 낙선자도 모두 언제까지 기뻐하고 아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해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고, 권력가의 권세 역시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 참으로 명쾌한 이야기다. 권력을 휘두르거나 잡으려고 안달하는 이들에게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니 말이다.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 이 말을 가슴 깊이 명심해야 할 일이다.
선거라는 게임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게임이다. 당선의 영광을 안겨주는 것도 시민이요, 낙선의 고배를 건네주는 것도 시민들이 아닌가. 어찌 그들을 외면하고서 큰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당선과 낙선의 열쇠는 민심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심을 여는 비밀번호는 입후보자 당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알 수 있는 것이다.
큰 뜻을 품은 이는 관직에 나가기 앞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몸가짐 속에 거만함이 가득해서는 결단코 민심을 얻을 수가 없는 법이다. 민심을 잃은 정치인은 한낱 필부(匹夫)보다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한번 등 돌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게 세상이치 아니던가.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정치적 야욕(野慾)을 채워가는 일부 정치꾼들은 지금부터라도 바른 몸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말로가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허망한 모습으로 사라져간 경우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 한둘이었던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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