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의 중국고전 산책
강신웅의 중국고전 산책
  • 경남일보
  • 승인 201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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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의 독법1
시 3백 편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문학작품이다. 그 중에서 ‘송’은 대개 전문적인 문학가나 음악가가 제작한 것으로 가장 전중(典重)하고도 풍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아’도 부분적으로 전문가가 제작한 것인 듯하나 ‘남’과 ‘풍’은 순수한 평민문학으로서 전후 수백 년 동안의 각 고장과 각 계급과 각 직업의 남녀 양성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담겨진 감정도 국가·사회·가정·우인 간의 개인적인 교제, 남녀간의 원한과 사모 등 그 모든 감정을 대표하는 작품이 없는 것이 없다.

그 감정표현이 깊이 마음에 감돌면서 함축성 있는 것으로는 가령, 싸움에 나가신 임/기약 없으니/아 어느제 돌아오시리/닭은 우리에 자고/해는 저물어/양과 소도 집 찾아드는데/싸움에 나가신 임/어찌 아니 그리우랴 아니 그리우랴 (王風)

바위산에 올라가서/아버지 쪽 바라보며/그 말씀 들리는 듯, 아 내 아들아/싸움으로 아침저녁 쉴 때도 없겠구나/부디 조심하여/몸 성히 어서어서 돌아오너라 (魏風)

또 침통하고 애끊는 것으로는 가령, 더부룩한 저것은 새밭쑥인 듯/아니아니 그것은 다북쑥이네/애처롭다, 그리운 우리 부모님/나를 낳고 갖은 고생 다 하시었네 (小雅) 들완두꽃의/잎새는 무성해도/차라리 죽을 것을/이럴 줄 알았더면 (小雅) 같은 것이 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을 가슴 아프게 또는 그지없는 사랑으로 표현한 것은 가령, 궁터에는 메기장 고개 숙이고/피도 자라 이제는 탈이로고녀/가도가도 발걸음 한양 무겁고/슬픔은 물결처럼 출렁이도다/내 마음 아실 이 계실 양이면/‘근심 자못 깊어라’ 하시리마는/내 속 깊이 지닌 뜻 모르신다면/‘무엇으로 이러노’ 의아하시리/아득히 벋어가니 저 하늘이여/이는 어느 누구의 탓임이러뇨 (王風) 해와 달 쳐다보며/내 생각은 끝이 없네/길은 철리 멀고 머니/그 언제나 님 오실까 (小雅) 등이 있다.

또 말을 다하여 차분히 맺히고 서린 감정을 샅샅이 파헤친 것으로는 가령 ‘곡풍(谷風)’(소아)‘재치(載馳)’(용풍)‘치효’(빈풍)‘절남산(節南山)’(소아)‘정월(正月)’(소아)‘시월지교(十月之交)’(소아)‘소반(小弁)’(소아)‘상유(桑柔)’(대아) 등이 있다.

또 담담하면서 한결 깊은 감정이 깃든 것은 가령, 갈대가요, 우거지더니/이슬 맺혀 서리 되었네/사랑하는 그 사람은/물 저쪽에 산다네/거슬러 가며는요/길 멀고 험하지만/물따라 가며는요/물 가운데 바로 게지요 (秦風) 같은 것이 있다.

부드러운 표현 속에 함정(含情)이 그윽한 것은 가령, 봄날은 따뜻하고/들리느니 꾀꼬리 울음/대바구니 옆에 끼고/처녀들 종종걸음/뽕나무에 햇뽕 따기/봄날은 길기도 긴데/또는 어울려서 들에 나가 흰쑥 뜯기/이런 때면 싱숭생숭/공자따라 가고 프고 (幽風) 같은 것이 있다. 모든 이러한 시구들은 각각 문학적인 감정표현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예는 나 자신의 감흥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몇 편을 들어 학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려는 데에 불과하며 물론 잘된 작품이 반드시 이것뿐이라는 것은 아니며 또한 감정표현의 방법의 종류가 이것뿐이라는 것도 아니다.

/한국국제대학교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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