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다문화융합의 힘>
이준의 역학이야기 <다문화융합의 힘>
  • 경남일보
  • 승인 201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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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의 원리
얼마 전 주약동 예손병원 앞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가끔씩 아주 짧은 반바지에 몸매가 늘씬한 20대 초반의 갈색머리 외국 아가씨와 그에 버금가는 한국 사내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곤 하였다.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느닷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낮술에 반쯤 취한 60대 초반의 남자 둘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쌍소리로 그 남녀커플을 희롱하고 욕하기 시작하였다. 젊은 남자가 씩씩거리자 외국 아가씨가 막 몸으로 말리는데도 60대 남자 둘은 빈정거리며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격한 욕설로 젊은 사내의 화를 계속 돋웠다. 하지만 아뿔싸! 길 건너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 순식간에 젊은 사내의 러닝 셔츠는 찢어지고, 60대의 두 남자는 입가에 피가 번져 볼썽사나워진 꼴이 되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순간 불현듯 뇌리에 문화적 충돌과 ‘쇠신충왕 왕신발(衰神沖旺 旺神發)’이 스쳤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때리면 강한 것이 성을 내어 오히려 약한 것이 더 당한다는 적천수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지지충을 말하는데 대개 삼합에 충하는 경우를 말한다.

삼합이란 제각기 다른 세 나라의 국민, 주권, 영토가 지장간의 공통요인을 바탕으로 형성된 세력을 말한다. 예컨대 해묘미 목국이라는 것이 있다. 해묘미는 북쪽나라의 국민이 남쪽나라의 영토에서 동쪽나라의 문화와 문명을 기반으로 강력한 새 나라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북쪽나라의 국민이란 해(亥, 驛馬, 孟地, 入方局, 기-무, 갑, 임)를 말하고, 동쪽나라의 법, 제도, 주권, 문화적 가치란 묘(卯, 將星, 覇地, 중심, 갑 을)를 말하며, 남쪽나라의 영토란 미(未, 華蓋, 庫臟地, 땅, 정 을 기-무)를 말한다. 해는 북쪽나라 국민이지만 동쪽나라의 문화적 속성(甲)을 지니고 있으며, 미는 남쪽에 위치하여 있는 땅이지만 동쪽나라의 문화적 토양(乙)이 풍부하다. 하여 공통기반인 동방목의 사상을 중심으로 북쪽나라, 동쪽나라, 남쪽나라가 연합하여 하나의 강력한 세력군을 형성한다.

똑같은 원리로 사유축 금국은 남쪽나라 국민이 북쪽나라의 영토에서 서쪽나라의 문화가치와 주권을 기반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고, 신자진 수국은 서쪽나라 국민이 동쪽나라의 영토에서 북쪽나라의 문화가치와 주권을 기반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며, 인오술 화국은 동쪽나라 국민이 서쪽나라의 영토에서 남쪽나라의 문화가치와 주권을 기반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저마다 다른 주체들이 내적인 공통요인을 인연으로 함께 모여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간다. 이것이 삼합이다. 비록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여 있지만 어떤 세월의 힘으로 하나가 될 때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오매불망 그리워하였던 가족을 만난 것처럼 한데 어울려서 강력한 힘을 만들어 과시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천지사방 먼 곳에 떨어져 있던 세력들이 한꺼번에 힘차게 우르르 몰려오니 태풍이 휘몰아쳐오는 것처럼 저절로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발생한다. 각 방(方)의 맹지, 패지, 고장지가 합쳐져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주변을 휩쓸어 버리는 강력한 블랙홀과 같은 기운이 생성된다. 하여 천간의 힘과 통근하는 기질을 약하게 만들어 버린다.

천간의 본래 기운을 소용없게 만들고, 삼함을 구성하는 지지의 본래 성향도 변질되어 새로운 기운이 되어버린다. 이른바 신자진은 신의 특성, 자의 특성, 진의 특성이 소멸하여 버린 채 신자진 수의 특성만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인오술은 화, 해묘미는 목, 사유축은 금의 성격만 남게 된다. 이 세력이 너무나 강력하여 뿌리 없는 천간은 삼합 앞에 무력해져 버리며, 뿌리내린 천간도 뿌리가 뽑힐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예컨대 경금(庚金) 천간의 경우 지지에 신자진(申子辰) 수국이 형성되면 금생수로 좋을 것 같으나, 통근(通根)하지 못한 경금은 힘도 쓰지 못하고 오히려 괴로워 질 수 있다. 더군다나 형성된 합국에 괜히 시비를 걸어 때리면 오히려 때린 사람만 피를 흘리게 된다.

비록 겉모습은 다른 것처럼 보여도 서로 다름 속에 감춰져 있는 공통분모가 모여서 하나의 세력을 만들어 나가기에 그 융합력은 엄청나다. 국제화 시대에서 다양한 문화의 접촉, 충돌, 융합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이런 면에서 삼합의 논리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지대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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