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당권경쟁 꼴사납다
새누리당의 당권경쟁 꼴사납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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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내부적으로 친이-친박 갈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날이 없었다. 압도적 다수의 여당이었지만 제대로 힘 한 번 못 쓰고 야당과 여론에 질질 끌려다닌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이젠 총선 승리에 도취된 새누리당의 ‘당권집안싸움’이 꼴사납게 전개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 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느낌이다.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박근혜 대 비박근혜 주자들의 신경전, 친박 내부의 균열 조짐, 여기에 당권 향배를 둘러싼 친박 핵심부와 소장파들의 갈등까지, 점입가경이다. 당권과 대권까지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친박 핵심부가 작성했다는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서병수, 정책위의장 이주영’ 등 실명의 새 지도부 명단이 나돌자 새누리당 내부는 벌집을 수셔 놓은 듯 시끄럽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까지 친박계 일색으로 라인업이 짜졌다는 것이다. 거명된 인물들은 실제로 전당대회와 원내지도부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서 비박, 쇄신파 의원들이 모임을 갖는 등 분주하다.

“총선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 착시”

김형태·문대성 당선인논란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이어 친박계 권력사유화 논란, 또 이를 둘러싼 당내 파워게임을 초래해 총선에서의 대역전승 효과를 벌써 다 까먹은 느낌이다. 2002년 ‘이회창대세론’에 안주하고 독단적 당운영을 했다고 비판을 받았던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고 있는듯 하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은 당연하며, 말 한마디에 언론도 ‘일동 주목’, 대세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새누리당은 10년 전으로 반드시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7년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 5년에 정국 주도권을 가진 야당 총재 2년을 포함, 7년이었다. 지금의 박 위원장보다 더 위세가 대단했다. 재수 때는 첫 도전 때보다 더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실패했다. 원인은 외부 요인보다 내부에 있었다. 과도한 자신감, 미리 맛본 승리감에 너무 일찍 도취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정두언 의원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었다고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 착시”라 했다. 정 의원은 “보수 진영 입장에서 서울이 함락되고 낙동강 전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연말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 근거로 “선거 결과 전체 지역구 득표에서 새누리당(932만여표)이 야권연대(민주당 통합진보당) 세력(944만여표)에 12만 표를 졌고, 정당득표에선 84만 표를 졌다”고 했다. “오히려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 지형이 야권에 유리하게 재편됐다”고 했다. “투표율이 54.3%였던 총선 때 수도권에서 야권연대 세력에 새누리당이 29만 표 졌는데 투표율이 70%에 이를 대선에서 수도권 중간층과 20~40세대에서 30%(여) 대 70%(야) 구도로 표가 갈린다면 새누리당이 150만 표 차 이상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1997년 대선 때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부산·경남(PK)에서 30%를 잠식, 이회창 후보가 졌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PK에서 29.4%를 득표해 또 졌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PK에서 35%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10년 전에 이회창 대세론에 취해 엎치락뒤치락 반전극 끝에 ‘노무현 신풍(新風)’에 허망하게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이 그런 실패의 길을 되밟지 않으려면 ‘없는 드라마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대대적인 축제로 치를 경우 분위기가 반전될 소지가 있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새누리당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듯하다. 전당대회가 20일도 남지 않았지만 대표 출마자가 나타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거치면서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했다. 막강한 세력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총선의 결과가 12월 대선까지 그대로 가지는 않는다. 한국 정치에서 8개월이면 지지도 등락이 수차례 반복될 수 있는 긴 기간이다.

총선후 정국 기상도 어제오늘 다른 양상

총선 이후, 정국 기상도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양상이다. 총선에 이긴 새누리당이나 전망이 우세했던 민주당이나 강약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냐, 교체냐의 5년 주기의 게임을 앞둔 8개월 동안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총선은 승리했지만 ‘정권심판론’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은 여전히 냉랭하다. 승리에 취해 민심을 읽는 시스템에 고장이 났다는 친박내부의 비판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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