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명인을 꿈꾸며
수업 명인을 꿈꾸며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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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지난 일요일 창원 명곡초등학교에서 ‘전원을 학습의 능동적 주체로 전환시키는 수업기술’이란 주제로 일본 수업 명인 다니 가즈키(谷和樹) 교수 초청강연회가 있었다. 경남협동학습연구회가 교사들의 수업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 강연회를 주최했다. 일본에서 시범수업 및 수업기술 최고 인기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다니 교수는 경남 일원에서 참가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모의수업을 40분간 했다.

다니 교수는 한적한 거리에 사람들이 오가는 사진을 보여주고 떠오른 생각을 옆의 교사와 이야기하게 한 후 발표하도록 했다. 그후 똑같은 장소에 재해 폐기물이 산더미같이 쌓인 사진을 제시하고 시간적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장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 보고 쓰게 한 다음, 옆 사람과 의견을 나눈 후 발표하게 했다. 발표자들은 깨끗하던 거리에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라 말했는데, 사실은 사진의 순서가 반대였다. 처음에 보여준 평화로운 거리의 사진은 2011년 3월 13일 해일이 마을을 덮친 후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원상태로 복구한 3개월 후에 촬영한 사진이었다. ‘죽음에서의 생환’이라는 표제를 붙인 두 장의 사진에서 자연재해의 위력과 그 재해를 극복해가는 인간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뒤에 제시한 사진이 먼저 찍은 사진일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고정관념의 틀이 우리의 사고를 얼마나 제한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고착화된 틀을 깨야 사고의 발상이 자유로워지며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자기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할 때 창의력이 자란다.

교사는 수업활동에서 아이들 저마다의 의견을 수용해 칭찬해 주어야 한다.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그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획일적인 사고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정답에서 벗어난 엉뚱한 생각일지라도 사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칭찬을 해준다면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모의수업에서 교사들이 학생의 입장이 되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견이 나오고 의견과 의견이 통합되며 심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답이 나왔다. 수업을 마친 후 ‘전원이 참가하고 사고해 성취하는 수업의 기술’에 대한 강의 및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그를 왜 수업 명인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사진 몇 장으로 수업에 참석한 이들을 최대한 참여시키고 쉴 틈 없이 생각하게 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수업기술이 수업 명인에 걸맞도록 돋보였다.

교사의 생명력은 수업이다. 교사의 꿈을 이루었다고 거기서 멈추지 말고 다양한 연수와 자기연찬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높임으로써 나날이 성장해 가야 한다. 교대에 진학해 취득한 2급 교사자격증과 5년 근무한 후 자격연수를 통해 얻게 되는 1급 교사 자격증이 있기에 교단에 설 수 있다. 애써 이룬 꿈이 헛되지 않게 아이들이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 수업을 반성하고 새로운 수업기술을 익혀 보다 나은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성공한 교사보다 성장하는 교사가 진정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고 배움의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서외남·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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