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신랑 쪽으로 몸을 돌리고 싶어서 정자는 안달이 났다.
‘이거 안 되겠다!’
합방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누르며 노파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뚜막에 앉아 있는 밥상에다 막걸리를 올리고 이바지음식으로 가지고 온 안주거리도 대충 좀 챙겨서 올렸다.
정자에게 바짝 다가간 형식은 이윽고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때 아닌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정자는 몸을 신랑 쪽으로 막 돌렸다.
“얘들아, 목이 칼칼하지?”
노파는 작은 기침소리 하나 미리 내지 않고 신혼부부의 방문을 와락 열어젖혔다. 외골수인데다 숫기까지 없는 손자가 아무래도 계속 잠자는 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부러 그렇게 소란을 피운 것이었다.
“어머나! 아니 할머니!‘
신랑각시는 동시에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열린 방문의 넓이만큼 푸른 달빛이 들어가 있었지만 신랑각시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우선 이 할미 잔부터 받아.”
숫제 방안으로 쳐들어간 노파는 사발 가득 막걸리를 부어선 손자의 입에다 딱 들이댔다.
“참, 할머니도 여태 주무시지 않고…….”
“새아가 너도 갈증이 나지?”
대답도 듣지 않고 이번엔 정자의 입에다 막걸리 사발을 들이댔다. 아니 할 말로 서먹하기만 한 신랑각시를 달콤하게 만들어 주는 데 술보다 더 좋은 단방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 아뇨. 할머님, 전 괜찮습니다.
정자는 당황히 몸을 뒤로 빼며 손으로 막걸리 사발을 막았다.
“새아가,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기는 법이란다.”
노파는 굳이 손자며느리에게도 막걸리를 한 사발 먹였다. 그리고는 떡두꺼비 타령을 너무 노골적으로 해대다간 방을 나갔다.
이윽고 술기운이 오른 형식은 민숙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앞뒤 없이 정자를 끌어안았다. 정자는 목을 다소곳이 옆으로 돌리며 신랑의 품에 안겼다.
먼동이 파란빛으로 열리고 있었다. 민숙은 새벽잠에 살짝 빠져 있었고 밤새 그 곁을 지킨 진석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새벽녘에야 안방으로 건너간 화성댁도 막 잠이 들고 있었다.
“이년아, 걸귀가 씌었냐?”
정신없이 먹어대는 민숙을 보며 화성댁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자다 말고 일어나 배고프다고 했을 땐 딸에게서 강한 삶의 의욕이 느껴져 귀가 번쩍 뜨였다. 급한 대로 고구마 삶은 것을 있는 대로 다 갖다 주었다.
“배고파요 어머니, 밥 더 주세요.”
고구마를 허겁지겁 먹어대며 민숙은 밥 타령을 해댔다. 평소엔 싱건지가 없으면 고구마 반쪽도 먹지 못하고 목이 막힌다고 하며 캑캑거렸는데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잘도 먹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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