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어버이날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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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모든 행동규범의 바탕을 충효(忠孝)에 두고 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덕목으로 꼽았고 교육의 근간으로 삼았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관 형성에 대해 사례(四禮)를 정하여 실천함으로써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파렴치한 무뢰한으로 생각하였다.

부모에게 효도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건만, 오늘날 사회풍조는 너무나 급속도로 변해 버렸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건만,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미풍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의 말씀에 불경스럽게 대꾸하는 말투는 그냥 두더라도, 심지어 관광지에 가서 버리는 경우나 존속 살해의 패륜을 저지르는 기사가 가끔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경우가 있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부모은중경'에는 어머니의 뱃속에 자식을 잉태하면서부터 낳아 기르는 과정과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한 예로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피부가 닳아져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져 골수에 미치도록 수미산을 백천번을 돌더라도,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하였고 또 "가령 어떤 사람이 굶주리는 흉년의 액운을 당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자기의 온 몸뚱이를 도려내어 티끌같이 잘게 갈아서 백천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부모님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하였으니 실로 두려운 일이다. 부모의 은혜가 이러하거늘 어찌 부모대함을 소홀히 할 수 있으랴!

우리 조상들이 강조했던 사례(冠婚喪祭)도, 관례와 혼례는 살아있는 경우의 예의를 이름이요, 상례와 제례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사례(四禮)마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의 상(喪)을 당하면 옛날에는 삼년상을 치르고 심지어 시묘살이까지 하였는데, 삼년상은 고사하고 1년, 백일, 49제로 줄더니 삼일탈상으로 변하고 화장하여 뿌려버리는 풍조가 만연하니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것이다. 제사만 하더라도그렇다. 필자가 아는 사람의 말을 빌리면, 지금도 이웃사촌이라고 한 골목사람들이 생일이나 제삿날이면 서로 초청하여 함께 식사하는 미풍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아버지 상을 당하고 한 2년 초청을 하더니 그 이후 소식이 없어 "요새 너그 집에는 와 지사밥 묵으려오라 소리 안하내?” 라 하니 "죽고 없는 아부지 지사 한 이태 지내면 그만이지. 해마다 지내라꼬? 우리는 치아삣다" 하더란다. 대를 이어 제삿날이면 형제자매가, 손자손녀가 모여 조상을 숭배하고 우애를 다지며 미풍양속을 실천하면서 예의를 배우고 인격을 도야하던 이 중요한 교육을 이렇게 내팽개치니 어찌 건전한 사회를 지탱할 수 있겠는가!

내일이 어버이날이다. 다시 맞는 어버이날을 맞아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다시 한 번 부모의 은혜를 생각했으면 한다. 형식적인 치례가 아닌 가슴가득 묻어나는 깊은 은혜를 가슴에 품고 부모님을 공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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