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국인 마인드: ‘떠 먹여주기, 기저귀 갈아주기'
세계 속 한국인 마인드: ‘떠 먹여주기, 기저귀 갈아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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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美 UC 버클리 정치학 장학생(卒))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는 세계의 흐름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교육으로부터 비롯된 ‘떠 먹여주기, 기저귀 갈아주기’식 관행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다 해주기식’ 관행은 얼마 전 4·11 총선 때도 작용했다. 경제적으로는 아직까지 식지 않은 뜨거운 감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먼저 선거의 핵심이었던 공천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당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에게 당의 이름을 주고 전국구로 출마시켰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이미 ‘공천’을 줄만한 경쟁력을 갖춘 정당의 후보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후보자들의 선거자금을 지원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정당의 대표자들은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치마바람’을 일으켜 ‘아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대신’ 발로 뛰는 씁쓸한 모습들이 방송으로 보도가 되었다. 아마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떠먹여주기, 기저기 갈아주기’식의 정치풍토는 옳지 못하다. 공천의 의미와 목적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공천이란 공정하고 정당하게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의미로 스스로 알아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후보여야 추천 받을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예컨대 축구에서 뛰는 주체는 코치가 아니라 선수들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떠 먹여주기, 기저귀 갈아주기’식의 마인드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FTA가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다수 정치인들은 FTA로 인해 한국에서 피해본 산업들과 사람들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걸로 나눠주고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식의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에서 ‘척추’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떠 먹여주기’식 관행이 여전하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대기업으로부터 독립시켜 하나의 독립체(entity)로서 국내는 물론 외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는 것이 아니라 FTA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 ‘맏아들’인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FTA 발효로 인해 이미 추락이 시작된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하부 중소기업체들은 회복이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수입된 외국 차가 택시로 길거리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 시점에 일본 차를 모방하는 현대자동차는 예외일까?

또한 한국 대기업의 국내 활동 영역을 제한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의 무기력함이 해결되는 것 역시 아니다. 예컨대 국내 대형마트의 진출을 저해한다면 그 상권은 다른 한국 기업들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독일의 대형마트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한국의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외국기업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유통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5000년 역사를 지닌 한국이 외국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면도기회사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보호해 준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가 완전 석권했다. 대기업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도 있는 중소기업들은 경쟁을 할 준비가 전혀 안 되었는데도 정부는 이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FTA 자유(?) 무역협정의 주사위를 던져버렸다.

총선이 지나고 곧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이제는 정부의 나약함과 무능함을 헐뜯고 ‘청군 백군’ 운동회의 개념에서 벗어나 정부가 국민들 기업에 얼만큼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 또 다음세대를 정책적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시킬 수 있는지부터 유권자들이 몇 개월 남은 대선까지 틈틈이 관심을 갖고 후보자들을 지켜봐야 한다.

외국의 제도를 생각 없이 무조건 모방만하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도 않는 옷과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 정치인이 이 나라 지도자로 세워진다면, 재단(tailor)을 할 줄 모르는 한국 정치시스템으로서는 국민들의 어깨에 무게를 힘껏 실어주는 꼴이 될 뿐이다. 외국 기업들이 밀고 들어오는 이 시점에 앉아서 동정만하며 ‘떠 먹여주기와 기저귀 갈아주기’를 되풀이 하기보다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나라가 가질 수 있는 힘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정치인을 우리는 필요로 한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제19대 국회의원들과 협력하여 함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차기대통령이 선출되기를 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정치는 치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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