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장)
성경에 보면 농사의 소출과 관련된 몇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씨가)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어떤 것은 백배, 어떤 것은 육십배, 어떤 것은 삼십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이런 내용을 보면 옛날에는 뿌린 것의 30배 이상 수확하는 것은 복 받은 사람에게나 있을 수 있는 대풍년인 듯합니다.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의 결과가 접목되고, 스마트폰으로 농사를 짓고, 비료와 온갖 농약이 개발되어 있고, 예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품종이 개량되어 있는 요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출을 거두고 있을까요? 오이와 토마토, 고추는 수천에서 수만 배의 결실을 얻습니다. 10a(300평)에 고작 몇십 g을 뿌려서 1만 kg이상을 수확합니다. 그런데 이 작물들은 뿌린 종자에 대한 과실 전체의 무게로 계산된 것이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곤란할 것입니다. 다른 작물은 어떨까요? 벼와 참깨, 들깨는 1백배 이상 수확할 수 있고요, 30배 이상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보리, 고구마, 녹두, 콩, 팥, 감자 등입니다. 마늘은 심은 양의 다섯에서 여섯배 정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고 있는 것은 대부분 뿌린 양의 30배 이상 수확할 수 있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과 곡물을 넉넉히 즐기고 있습니다. 필자의 어릴적만 해도 오뉴월 보릿고개가 기승을 부리고, 하루에 3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사치였던 것에 비하면 천지차이 이지요.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따스한 햇빛으로 인해 만물이 꿈틀대고, 따라서 농사를 시작하는 요맘때야말로 우리가 과분히 받고 있는 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인 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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