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년행동과 효행교육
잡년행동과 효행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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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지난 주말 진주시 금곡면 초입의 한 생선구이 식당에서 새댁과 할머니 한 분이 식사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겨우 들릴 대화의 내용과 호칭으로 짐작하니 막내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였다. 구운 생선의 살점을 발라 시어머니의 밥 위에 올려 주고 드시기를 강권(?)하는 이 고부 간의 살가운 식사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구워진 생선을 목으로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일 서울 명동에서 ‘슬럿워크’(Slut Walk Korea)가 벌인 퍼포먼스가 화제다. 그녀들이 외치며 치마에 붙이고 다닌 구호 중에 ‘효도노동을 거부한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라’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목을 들라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단연 도덕(윤리)과목이 으뜸일 것이다. ‘도덕’ 교과의 성격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규범과 예절을 익히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파악하게 하여 시민으로서의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교과’라고 교육과정에서는 설명한다. 그러나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에만 익숙하고, 나꼼수의 노인폄하 발언 같은 사회적 추이 속에서 ‘규범과 예절’, ‘역할과 책임’, ‘바람직한 삶’을 배우는 교과가 우리 학생들에게 어찌 지겹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겨워서 제대로 안 되는 도덕교육, 그 중에서도 효행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가정에서의 시범교육일 것이다. ‘왕대밭에 왕대 나고 시누대밭에 시누대 난다’는 말처럼 바탕이 그러하고, 거기에다가 보고 듣고 배운 바가 그러하니 효자 집엔 효자가, 만무방 집엔 만무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엔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이 있다. 전자가 ‘형편’이라면 후자는 ‘당위’다. 형편은 시류에 따라 변하지만 당위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도덕이나 윤리와 마찬가지로 자식 없는 어른은 있지만 부모 없는 자식은 존재할 수 없기에 효도 또한 당위의 중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송강 정철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하여라/ 돌아가신 뒤에 슬퍼한들 어찌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아무리 퍼포먼스라 해도 효도를 노동이라 외치면서 거부하는 잡년(Slut)의 노후는 참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생선구이집에서 시어머니와 살갑게 식사한 그 며느리는 후일 로또복권에 당첨은 안 될지라도 그분 자식들로부터는 지극한 사랑을 받을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요즘 애들이 예의 없다고 비난이나 탄식을 하지 말고 내가 내 자식 앞에서 내 부모께 어떻게 했는지를 돌아볼 시점이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 봄날엔 내 아들의 담임 대신에 옛 스승을 찾아볼 것이며, 사회시설 방문에 앞서 내 부모를 먼저 챙겨볼 일이다. 왜냐하면 공자의 말처럼 ‘자식은 부모를 공양하려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기’(子欲養而親不待) 때문이기도 하고, 나아가 후일 내가 자식에게 대접받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콩 심은 데 콩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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