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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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황사가 오기 전인데 자동차 위에는 송홧가루가 뿌옇게 자리를 잡는 초여름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올해는 비가 왜 이리 자주 오는지 의아할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산을 항상 차에 두고 다녀야 할 것 같다.

환자와 가족은 항상 회복되어 퇴원하기를 기대하며 병원을 찾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게 되어 가족들은 무한한 슬픔에 빠지고 의료진은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심장은 자발적으로 뛰지만 뇌사상태에 이르게 되어 기계적 호흡과 인위적인 영양공급으로 생명이 유지되는 시점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고려를 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장기이식이 가능한 조직은 양쪽 각막, 심장, 폐, 양쪽 콩팥, 간, 뼈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뇌사라고 판정되어 심장이 정지하는 완전한 사망 사이의 시간에 가족들이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 중에서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장기기증이라는 말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다. 병원에서는 뇌사상태인 환자는 한국장기기증원에 신고하도록 법률이 제정되어 의료인은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유교적 사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부모가 주신 몸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있지만 뇌사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장기기증도 뜻 깊은 일이다. 자기의 몸 일부가 여러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무한히 가치 있는 일임은 틀림없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러한 죽음에 대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최근 40대 여자분이 동맥류 파열로 내원하여 수술을 받아 의식이 회복돼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전실되어 가족과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스스로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가 밤 사이에 혈관연축이라는 합병증으로 뇌부종이 와서 주말 아침에 감압을 위한 개두술 및 경막 성형술이라는 수술을 하여 회복을 기대하였지만 결국엔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게 되어 가족들을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하였다. 이때의 의료진의 심정은 의사도 인간이기에 삶과 죽음을 관여할 수 없는 단지 인간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기증이라는 결단을 내린 가족들은 인간으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선을 실천한 분들로 존경과 극찬을 보내야 마땅할 것이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타인들의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위대한 일로 승화시킨 것이다. 다시 한 번 망자와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들이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원동력이며 기를 쓰고 싸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번쯤은 뒤돌아보게 만들고 겸손해지게 하는 모습이다. 우리의 죽음도 아름답기 위해서는 장기기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삶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가치도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기만의 위한 삶이었다면 더욱 더 남을 위한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도 아름다울 것 같다. 가장 가치 없는 죽음이 자살이라는 선택이라면 가장 가치 있는 죽음은 장기기증일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자살사이트를 통하여 만나 집단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언론을 통하여 보게 되는데 이는 정말 주위 사람들에게 더 큰 슬픔을 주고 가는 가치 없는 죽음이라 생각이 든다. 영원한 삶이 없는 데도 우리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살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나누는 삶과 죽음은 가장 중요한 일일 것 같다. 최근에는 헌혈이 부족하여 수술을 할 때에도 자가수혈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건강이 허락한다면 헌혈에도 많은 사람이 나서주어야 한다. 내가 나누어 줄 수 있을 때가 행복한 삶이고 죽음이며, 나누어 주고 싶어도 줄 수도 없는 병을 가진 환자분들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축복 받은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이지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다. 내일이 더 가치 있는 세상이 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실천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을 때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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