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용, 원인 제공자 부담 원칙 논의
선거비용, 원인 제공자 부담 원칙 논의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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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환경, 경제 그리고 사회의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을 설정하고, 그 대안적 운영원리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원인자 부담행위에 관한 원칙’이다. ‘기후변화는 원인자 부담으로’라는 테제로 리우 20에서 보다 그 의미가 분명해진 이 원칙이 환경과 건축영역에서 정치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영역에서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은 여러 전제 요건들이 있겠지만 큰 흐름은 이렇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 그리고 기초·광역단체장과 의원 등이 임기 중 다른 선출공직으로의 이동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행위로 궐석이 생긴 경우 실시되는 선거에 대해서는 보전된 재·보궐 선거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이는 일정 기간 공직활동을 하라고 뽑아준 지역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되고, 더 본질적인 이유는 사퇴로 인해 발생하는 선거비용에 대해 그 원인을 유권자들이 따지고 드는 것이다.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은 시대흐름

우리나라 선거는 선거공영제의 일환으로 공고한 선거비용 제한액의 범위 안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하여 지출한 선거비용의 일부나 전부를 선거결과 일정 수 이상 득표했을 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일정부분 보전해주고 있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와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5이상을 득표한 경우는 전액보전을, 후보자가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0이상 100분의 15미만을 득표한 경우는 100분의 50을 보전해 주고 있다. 불법·부정선거로 당선무효된 경우 보전된 선거비용은 전액 환수하지만 본인 스스로 사퇴하면 선거비용 환불의무가 전혀 없다.

공직자 선거법은 국고에서 나가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비용과는 달리 기초·광역단체장과 의원 등의 선거는 해당 지자체가 대개 예비비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 오세훈 후임자 보궐선거에서 300여 억 원이 보전 선거비용으로 지출되었고 최근 3년 국회의원, 기초·광역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그 건수와 지출된 금액을 보면 2009년 국회의원선거 10건 108억 원 , 기초·광역선거 9건 27억 원, 2010년 국회의원선거 8건 87억 원, 기초·광역선거 6건 24억 원, 2011년 국회의원선거 3건 30억 원, 기초·광역 77건 563여억 원으로 선관위가 어림잡아 집계하고 있다. 또 올 12월 대선과 관련해 광역단체장들의 중도사퇴가 현실화되고 이로 인해 재·보궐선거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게 될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선진국의 잣대는 지금까지 국민총생산(GNP) 수치로 양적으로 가늠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질적인 면을 본다면 공동체 운영비용을 가지고 접근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1년에 버리는 음식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8조여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제된 시민의식이 제대로 작동해 그 양을 줄이면 돈으로는 엄청난 절약이 가능하다. 이처럼 오늘날 건전한 시민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고 있다. 선진국의 질적 측면을 가능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선거비용 보전, 공적 책임 물어야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기 중인 선출직을 사퇴하는 정치행위에 대해 개인의 기본권이나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세금으로 보전되는 선거비용에 대해서는 한정된 재화의 효율적 이용과 공적 책임성과 관련해 개선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개선점의 요체는 공직자 스스로의 건전한 시민의식과 같은 자율적인 요소에서 접근할 수 있고, 현실적 제재요건을 설정해 볼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보전되는 재·보궐 비용에 공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공직자 선거보전 비용은 국민의 혈세이며 그 낭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할 비용이 재·보궐선거 비용으로 전용됨으로써 그 피해가 지역과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세금은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것이 원칙이다. 이 시점에서 원인제공자 부담원칙 주장으로 문제제기가 심심찮게 되고 있는 보전된 재·보궐선거 비용은 공직자 스스로의 지역과 지역주민에 대한 책임성 강조 측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또 그런 흐름에서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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