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배운다는 건
산에서 배운다는 건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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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 (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
간신히 넘긴 중간고사가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매번 느끼는 일임에도 시간의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기말고사가 오기 전까지 학교 행사에 많이 참여하다보니 더욱 바삐 보낸 듯하다. 그 행사들 중 지난 주말에는 등산을 다녀왔다. 평소 등산을 자주하는 편은 아니지만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기에 주말을 허비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특히나 단체로 가는 등산은 오랜만이어서 조금은 들떴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일행들보다 유독 빠른 속도로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를 땐 이상한 기분이 든다. 흔히 말하는 정복욕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 기분에 휩싸이면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을 통해 내 스스로가 조금은 성장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것이 산에 오르는 이유일까. 이번 등산에 생각한 것은 단순하지만 꽤나 중요한 사안이다. 다함께 오른 무학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심하다. 반면 지난 여름방학 때 다녀온 제주도 한라산은 아주 높지만 등산길이 완만해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그것과 비교했을 때 더 낮은 산을 오름에도 본인이 체감하는 고통의 정도는 더욱 심했다. 이것을 인생으로 본다면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해야할지 어렴풋이 알 법도 하다.

작은 목표라 할지라도 급히 가려하면 힘든 법이다. 하지만 큰 목표도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가다보면 결국 성취하게 된다. 이것이 이번 등산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물론 이 교훈은 무학산만 올랐을 때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학산을 오르기 전 한라산을 등반함으로써, 즉 내가 경험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임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인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와 슬기가 이런 것이 아닐까. 직접 느껴봄으로써 얻어지는 하나하나가 ‘나’를 만들어주는 거름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등산에서 저것 하나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얻은 것 중 제일 큰 것을 꼽으라 하면 저것을 단연 으뜸으로 뽑겠지만, 얻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저것만 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얻은 것을 계속 되새겨야 진정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숨은 거칠 대로 거칠어졌고 이마엔 땀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같은 속도로 같은 오르막을 걷고 있음에도 힘들지 않았다. 벌써 그 지형에 적응을 한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적응하는 동물이라지만 산 하나를 오름에 있어서도 그 논리가 적용되는지는 차마 몰랐다. 때문에 어떤 힘든 순간에도 적응하고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얻은 또 다른 교훈이다. 어리고 철없을 때야 아무리 산을 오르내려도 교훈 하나 얻지 못했는데, 머리가 조금 차고 나니 산을 한 번 올라도 여러 가지를 얻었다. 이제야 산을 오르는 묘미를 알게 된 것이다.

배움이라는 게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익히고 나면 어려웠던 만큼의 뿌듯함이 남게 된다. 산과 들, 주위의 모든 것들에게서 배운다는 것은 그저 이론 몇 가지를 외우는 것보다 얼마나 더 값진 일일까. 이제야 산을 통해 배움을 얻은 내가, 무수히 많은 주변의 만물들에게서 배움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부터는 주위를 좀 더 느긋하고 자세하게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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