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정치
오만의 정치
  • 이용우
  • 승인 201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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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정치가 오만해지고 있다. 4·11총선이 끝난 지 한 달 남짓 지나지 않았지만 정치는 벌써 오만과 교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먼저 통합진보당의 사례.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을 둘러싸고 봉착한 위기는 외부의 공격에서 온 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발생한 일로 스스로 정통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당 스스로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통합진보당이 33시간에 걸친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를 둘러싸고 당권파로 불리는 일부 당원들이 야유와 고함 등으로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건물 입구를 봉쇄한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당권파가 주장한 대로 당원 한 명 한 명의 명예가 중요하다면, 총선 때 진보정당에 기대를 걸고 찍어 준 10.3%에 달하는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도 소중하다. 유권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자파 당원의 명예, 자파의 기득권이 그리 중요한지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당내 민주주의 천박한 수준에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럼 이쯤에서 화면을 잠시 옮겨보자. 산청·함양·거창 선거구는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당선된 곳으로 심각한 선거 후유증으로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는 기쁨을, 낙선자는 위로를 받으면서 모두가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데 선거운동기간에 불미스런 일들로 아직도 고소·고발이 난무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신성범 당선자 측은 허위비방 혐의로 상대방 지지자 4명을 고소한 상태이고, 고소를 당한 류영수 거창군 부의장 측은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상대후보의 막말 파동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여성유권자연대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누가 옳고 그르던 간에 선거가 끝나면 갈라진 민심을 통합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도리인데, 아직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은 유권자를 무시한 ‘오만의 정치’로 파행을 치닫고 있어 극히 염려스럽다.

선거는 축제가 아니던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한다면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서로 자존심을 상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모습에서 상처 입은 유권자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통합진보당과 산청·함양·거창 선거구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 국민들은 이미 그들 가슴에 없는 듯이 보인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 오만의 달은 아니지 않은가. 모두의 통철한 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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