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양날의 칼
  • 양철우
  • 승인 201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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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우 기자
요즘 밀양시민들은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택시를 타든 식당에서 밥을 먹든 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한두 사람의 입에서 똑같은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웃 창녕에는 넥센타이어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유치돼 지역경제에 청신호가 켜지는데 밀양은 아직도 캄캄하다. 밀양의 공무원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한탄을 한다. 이어서 “밀양의 공무원들은 놀고 있는 것 아닌가.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공무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 기자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하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포산단이나 지역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산업단지 등 기업유치를 위해 애쓰는 흔적들이 역력하다”고 타이르기도 한다.

그리고 넥센타이어의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넥센타이어가 지난 2008년께 밀양시 무안면 운정리 일원에 탐을 내고 밀양시와 접촉을 했다. 이 지역은 향후 개설될 함양~울산간 고속도로 나들목과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대부분 임야와 전답이어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걸림돌이 발생했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345㎸의 고압선을 유치해야 되는데,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막대한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된다. 여기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가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했기에 창녕으로 눈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다.

현재 창녕에 조성중인 넥센타이어는 대합일반산업단지와 연결돼 이 같은 인프라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지가도 밀양에 비해 3.3㎡당 5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대합면은 경북·대구와 인접해 인력수급도 용이하다. 밀양이 갖지 못했던 이 같은 요소들 때문에 넥센은 창녕을 선택했다. 결국 밀양시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넥센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었다고.

이와 함께 밀양의 상황도 일러준다. 밀양지역의 전체면적 가운데 70%가 농업진흥지역이다. 이렇다보니 공장을 유치할 면적이 태부족이다.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려면 농림수산식품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밀양은 농업인들의 연평균 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전국 최고 부자농촌이다. 대부분이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며 고소득을 올리다보니 공장 다니는 월급쟁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가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최근 준공한 사포산단의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도 부자농촌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밀양시는 이제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높은 지가와 인력수급 등을 해결하는데 고민해야 한다. 부자농촌 밀양은 시정목표인 ‘기업하기 좋은 도시, 성장하는 밀양’의 ‘양날의 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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