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모를 민초들의 희생을 기리며
이름모를 민초들의 희생을 기리며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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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진주보훈지청 보상팀장)
따사로운 햇살과 완연한 봄 기운이 몸을 나른하게 하는 5월의 어느 날.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민초들은 총칼의 저항에 온몸으로 맞서 희생된 수많은 이름 모를 투사들의 영혼이 잠든 그곳. 망월동 제3묘원, 5·18 민중항쟁 당시 산화한 영령들이 묻혔던 곳으로 ‘망월동 묘지’라 불려진 곳, 대한민국 민주주의 초석이 된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장소로 ‘국립 5·18 민주묘지’가 된 그곳이다.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가족과 친지들은 서슬 퍼른 군부의 총칼 아래에서도 공포와 분노에 떨며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아버지이기도 한 무명투사들이 처참하게 훼손된 주검을 손수레로, 무연고자이거나 도청 함락 때 희생된 주검은 차량으로 실려와 5·18 민주묘지에 묻혔다. 심지어 그들의 유해가 운반된 차량이 청소차였다는 참담한 사실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그 뒤 국립 5·18 민주묘지가 ‘민주성지’로 세계적으로 부각되자 한때는 묘지 자체를 없애려 하기도 한 시대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 한 서린 망월동 묘지는 1994년 묘지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1997년 새로운 5ㆍ18 묘지(국립 5ㆍ18 민주묘지)가 됐다. 한 서린 무명투사들은 치욕의 17년을 뒤로하고 새 묘역으로 이장돼 비로소 평온한 쉼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 구 묘역은 원형을 복원해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언젠가 영화를 통해서 또 다른 시각 속에서 그날의 처참함을 재조명하기도 했지만, 산화한 민초들의 피의 값어치와 그들이 지키고 이루고자 했던 열망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열매의 단맛을 과연 얼마나 감사해 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가정의 달 5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5월로 함께하고 있지만, 어느 한켠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목 놓아 울고 있는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함께하는 소중한 5월임을 상기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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