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시대
'학교폭력 근절'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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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악양초등학교 교사)
올해 최고의 뉴스는 ‘학교폭력’을 꼽는다. 학교폭력은 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궁리해온 사안이지만, 문제없는 학교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 주력하다 보니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학교폭력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는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의지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교에서는 지난 3월 ‘학교폭력 추방의 날’ 행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및 청소년비행 예방 ‘법교육 출장강연’ 등을 마련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폭력 없는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찰에서도 각종 캠페인과 글짓기 행사 등을 열며 학교폭력 뿌리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교폭력을 ‘운동’으로 풀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미국처럼 어릴 때부터 ‘친사회 정서를 기르게 하자’,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는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과 왕따가 사라지고 또래 관계가 좋아진다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는 논문이 대통령상을 받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서 다양한 견해와 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영사를 지낸 어떤 교장은 ‘학교폭력, 왕따, 따돌림 등 대부분의 문제들은 민주시민을 기르는 초등학교에서의 기초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해결될 수 있다’며 기본생활 교육에 충실해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도록 세밀하고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일본의 기초교육을 벤치마킹해 우리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부르짖는 데 다소 눈길이 머문다.

가끔 필자는 어린 시절의 교육행태를 요즘의 교육결과와 비교해보곤 한다. 하나의 예로, 뇌리 속 깊이 강요받았던 쓰레기 처리교육으로 인해 지금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곳엔 휴지조각 하나도 버리질 못하고 흘려도 다시 주워 와야 할 정도로 강하게 인지돼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가끔 놀라기도 한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자유를 향유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 공동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본질주의 교육’을 찬양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교사들이 예전처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생의 기초질서 지도에 나설 수 있도록 학교 선생님들을 믿고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교단에서 작은 거인인 아이들의 세계를 접하며 간간이 1980년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파리대왕’을 떠올린다. 무인도에 고립돼 야만 상태로 돌아간 소년들의 원시적 모험담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아이들만 남겨진 상황에서 문명세계의 사회관습이 붕괴되고, 인간 본성에 잠재한 권력욕과 야만성이 드러나면서 섬이 지옥으로 변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인간의 사악함을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행동양식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소설로 볼 수 있다.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악이 사회생활의 근간이 될 학교생활 속에서 은근히 자리 잡고 활개를 치게 된 건 무엇의 결핍으로 인한 것일까. 어떠한 처방교육이 필요할까. 심각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게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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