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은 ‘실천’과 함께
‘다짐’은 ‘실천’과 함께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소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한고조(寒苦鳥)’라는 새가 있다. 한고조는 대설산(大雪山), 즉 히말라야 산맥에 사는 새로 그 이름은 ‘추워서 괴로운 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괴로움을 이겨낼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후회만 반복하며 괴로움을 겪는 새 한고조. 불교 설화 속 ‘한고조 이야기’를 들어 보자.

히말라야 산맥에 한고조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한고조 가족에게는 둥지가 없었다. 그런 탓에 그들은 매일 밤을 추위에 떨며 괴로워했다. 그런 한고조 가족을 보고 이웃 동물들은 ‘낮에 둥지를 틀어 놓으면 괴로운 밤을 보낼 이유가 있느냐’라고 충고했다. 그 말을 듣고 둥지를 틀기로 한 한고조 가족. 과연 둥지를 틀고 따뜻한 밤을 보냈을까.

아침이 오면 한고조 가족은 살을 에는 추위로 괴로워하던 간밤의 일은 까맣게 잊고 따스한 볕 아래 놀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밤이 찾아오면 ‘내일은 꼭 둥지를 틀고야 말겠다’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후회로 가슴을 쳤지만, 이들의 결심과 후회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설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쉽게 말해 ‘결심한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후회한다’라는 간단한 이야기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다. ‘한고조’는 불교 설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진짜 한고조가 살기 때문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모습도 한고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야 하는, 혹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다짐과 또 다른 다짐, 그리고 후회의 반복.

어린 시절 방학숙제를 제때 하지 않아 개학하기 사흘 전부터 벼락치기 숙제를 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학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신기한(?) 경험도 해 보았을 것이다. 이는 단지 어린 시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공부나 과제 등을 차일피일 미뤄 두었다가 마감 직전이 돼서야 밀려드는 압박감에 소위 말하는 ‘멘탈 붕괴’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찾아온다. 다음에는 미리미리 준비하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고통에서 벗어나면 그 다짐은 잊힌다. 그리고 이 일은 반복된다.

새해 첫날 했던 여러 가지 다짐이나 일상생활 중 소소하게 하는 다이어트 계획 등에서도 우리는 자기 안의 ‘한고조’를 발견할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을 미루었을 때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굳게 다짐했던 마음이 깨지면 남는 것은 후회와 한숨, 그리고 또 다른 결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고조가 고통스러운 밤을 이겨낼 열쇠는 다름 아닌 ‘다짐의 실천’이다.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뻔한 이야기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불교 설화 속의 한고조 운운하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결론은 허무할 정도로 식상하다고 말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명심하자. ‘다짐’은 ‘실천’을 만나야만 그 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가 발휘된다. 실천 없는 다짐은 속 빠진 만두요, 앙금 없는 찐빵이다. 이것 역시 식상한가.

한고조가 가르쳐 준 어쩌면 식상한 가르침, 다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 너무 뻔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것은 아닐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