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의 중국 고전 산책
강신웅의 중국 고전 산책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사-최초의 연가적(戀歌的) 서정시
초사 중 ‘이소’야말로 전편 2461자, 375구나 되는 중국 고대의 문학작품 가운데서 가장 긴 시이며, 작자 굴원은 여기에다 다기의 출신 세계(出身 世系)의 유래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던 현실에 비관한 나머지 드디어 죽음밖에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의 그가 처해 있던 사회, 그리고 그가 목격했던 현실들을 자서전식으로 서술해 나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는 ‘이소’전편(全篇)을 2단계로 나누어 앞단계에서는 그의 출신·명명(命名)·인격·학식·재능·지향(志向) 그리고 군왕에게 버림받고 당인(黨人)에게 참소(讒訴) 당하고 집에서는 그의 자씨 여수에게 핍박당하는 쓰라린 심정을 그렸고, 뒷단계에서는 모든 일에 실망하고 은거(隱居)하면서 아름다운 환상과 더불어 살아가려 하였으나 결국은 그의 환상이 그의 자신에게는 묵과할 수 없었던 현실로 말미암아 산산히 파괴됨으로써 마침내는 군왕을 상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이 속된 세상을 벗어나서 영역(靈域)을 동경하게 되어 자기 스스로가 돌아갈 곳은 오직 죽음의 길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므로 왕일 그의 ‘초사장구’에서 말하기를,

“‘이소’의 문장은 ‘시경’에 의거하여 흥(興)을 취하고, 유(類)에 따라 비유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착한 새나 향기로운 풀을 충성되고 곧은 것에 맞추고, 악한 새나 더러운 물건을 아첨하고 망령된 것에 비유하고 있다. 영수 미인은 군주에 비유했으며 복비미녀는 어진 신하에 비유했다. 규룡과 만봉을 군자에 의탁했고, 표풍과 운예를 소인으로 규정했다. 그 문사(文詞)는 온유하고도 우아했고 그 뜻은 밝고도 명랑했다. 그래서 모든 군자들은 그 맑고 높음을 흠모했고 그 문채를 가상히 여겼으며, 그의 불우함을 애도하여 그의 뜻을 가엽게 여겼던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부연(敷衍)을 요하지 않는 가장 타당하고 정확한 해석이요, 또 요점이요, 평언(評言)일 것이다.

굴원(BC 약 343~290)의 이름은 평(平), 원(原)은 그의 자이다. 그의 생졸년(生卒年)은 학자에 따라 일정치 않으나 육간여(陸侃如)의 고증에 따라 초 선왕(楚 宣王) 27년에 나서 초 경양왕(楚 頃襄王) 9년경에 죽었다고 하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의 이름이나 자도 ‘이소’의 내용에 의하면 이름은 정즉(正則), 자는 영균(靈均)으로 되어 있지만 이것은 그의 다른 목적하(目的下)의 필명이거나 별명일 것이다. 어쨌든 그는 초(楚)의 왕족으로 회왕(懷王)의 신임을 받아 삼려대부(三閭大夫)의 고위 관직에 올랐으며 “조정으로 들어 와서는 왕과 더불어 정사를 논의했으며 물러 나와서는 여러 아래 사람들을 감찰하고 제후들을 응대했다.”

왕의 총애를 독점하다가 그만 동열(同列)의 시기를 사서 해직 당하여 육양(陸揚)으로 천적(遷適)되었다. 그 후 회왕(懷王)이 속아서 진국(秦國)으로 들어가려 할 때, 이를 만류하였으나 왕은 결코 듣지 않고 들어가서 결국은 돌아오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때 회왕(懷王)의 아들 경양왕(頃襄王)이 즉위하자 그는 또 참언(讖言)을 당하여 하포(夏浦)로 재차 추방되었다. 비록 왕은 그를 등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무척 왕을 사모하고 자기를 한번 불러 줄 것을 오매기원(寤寐祈願)하였다. 그러나 왕은 끝내 그를 외면하였으므로 그는 참을 수 없는 적막과 초조와 곤궁속에서 강호를 배회하다가 드디어는 멱라강에 투신 자살하고 말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