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꽃과 열매>
이준의 역학이야기 <꽃과 열매>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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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順理)
해는 뜨고 지고, 달은 차서 기운다. 지구는 돌고 돌아 계절은 순환한다. 꽃 피어 진 자리에 열매 맺는데 사람들은 꽃과 열매를 함께 욕심낸다. 하나가 가면 또 다른 하나가 오는 것, 그 순서를 어기지 않는 것을 순리라 한다. 자연의 순리를 수리로 나타낸 것이 상수학(常數學)이다. 상수학은 나름대로의 우주자연과 인생을 보는 철학을 담고 출현하였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온갖 혹세무민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러한 상수학의 기초개념을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수(數)의 개념이다. 수에는 순서로서의 시간적 의미와 개수로서의 공간적 의미가 동시에 함축되어 있다. 하기에 역학에서의 수는 단순히 사물을 계량적으로 나타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 숫자는 1부터 10까지를 가정한다. 셋째, 1→2→3→4→5→6→7→8→9→10으로 전개되는 것은 성장과 팽창의 의미이다. 양(陽)의 팽창기운을 의미하며 하늘의 확장 특성이고, 이를 신(神)이라 한다. 반면 10→9→8→7→6→5→4→3→2→1로 전개되는 것을 거꾸로 전개됨을 나타내고 수렴과 응결, 결실을 나타낸다, 음(陰)의 수렴기운이며 땅의 견고한 특성이며, 이를 귀(鬼)라 한다. 하기에 하늘과 땅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에서 귀신(鬼神)의 작용이 아닌 것이 없다.

넷째, 1, 2, 3, 4, 5를 선천수라 하고, 6, 7, 8, 9, 10을 후천수라 한다. 선천수는 생수(生數)로 체(體)라면 후천수는 성수(成數)로 용(用)이다. 선천수는 드러나 있지 않는 징조의 수로서 이를 알면 미래의 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후천수는 드러난 현상의 수로서 이를 알면 지금 당장 행하기 수월하다. 선천수는 존재 이전에 작용하는 수로 만물이 존재로 구현되려고 하는 자연계의 의지·정보·원리이고 진행순서라고 한다면, 후천수는 만물이 생(生)하고 난 연후에 가지게 되는 기(氣)·성(性)·질(質)의 변화배열이라고 할 수 있다. 하도는 이 선천수와 후천수를 짝지어서 쌍의 대응을 나타낸다. 선후천의 의미에서도 양은 팽창하여 나가는 1→3→5→7→9로 나타나고, 음은 응결되어 들어가는 10→8→6→4→2로 표현된다.

다섯째, 주역괘에서 음효 양효를 나타낼 때 음효를 육(六), 양효를 구(九)로 나타낸다. 이것은 하도의 원리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있고, 공간의 제약을 받으면서 형체를 가지고 있는 현상계(후천수)의 존재들이다. 그래서 후천수가 중요하다. 현상계의 후천수는 6, 7, 8, 9이다. 6, 7, 8, 9는 본서법에서 뽑아낸 수이자 노음, 소양, 소음, 노양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상수(四象數)이다. 양의 수 1→3→5→7→9의 흐름도에서 존재 이전의 수는 1→3→5이고 존재의 수는 7→9이다. 여기서 존재 이전의 수 1→3→5는 생략한다. 존재의 수 7→9의 진행에서 7이 먼저오고 9가 나중에 온다. 양이 움직여 나아가는 기(氣)의 성장을 의미한다. 먼저는 어리고 나중은 늙어간다. 먼저 오는 7은 청년이고 나중에 오는 9는 할아버지이다. 그래서 9는 양을 대표한다. 다음 음의 수 10→8→6→4→2의 흐름도에서 10은 중심수가 두 번 겹친 것으로 생략하고 8→6→4→2의 흐름도만 본다. 존재 이전의 수는 4→2이며 존재의 수는 8→6이다. 존재 이전의 수 4→2의 과정은 생략한다. 존재의 수 8→6의 과정에서 8이 먼저오고 6이 나중에 온다. 음이 움직여 응결되는 기(氣)의 형상화를 의미한다. 먼저는 어리고 나중은 늙는다. 먼저 오는 8은 소녀이고 나중에 오는 6은 할머니이다. 그래서 6은 음을 대표한다. 그래서 주역괘에서 양효를 구(九)로 나타내고 음효를 육(六)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상 양의 흐름 7→9와 음의 흐름 8→6의 조합하면 6←7→?←8→9의 관계가 된다. 이 관계는 소양(7)에서 태양(9)으로, 소음(8)은 태음(6)으로, 태양에서 소음으로, 태음은 다시 소양으로 순환적 변화를 나타낸다. 소양(7)에서 태양(9)으로, 소음(8)은 태음(6)으로 변하는 것은 같은 성(性)으로의 변화이기 때문에 양적 변화(量的 變化)라고 한다면, 태양에서 소음으로, 태음은 다시 소양으로 변하는 것은 다른 성(性)으로의 변화이기 때문에 질적 변화라 한다. 용구용육(用九用六)의 의미이다.

이처럼 역학에서 수(數)의 의미와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더러는 타당한 것도 있고 얼토당토않은 것도 부지기수이다. 같은 뿌리라고 하지만 꽃과 열매는 순서상 함께할 수 없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 같은 도시, 같은 사무실,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순서상 기의 흐름이 다르니 같지 않음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이 말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제도적 모순을 수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세상사에는 눈에 환하게 보여 내것으로 여기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무수하니 탐내지 말라는 뜻이다. 꽃 진 자리 열매 맺힌다. 때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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