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체제 변천과 FTA 극복하기
무역체제 변천과 FTA 극복하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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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세기 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지구촌 경제사정을 사정없이 허물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세계 각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면서 빠른 성장방안을 모색했다. 다름 아닌 자유무역의 확대에서 길을 찾고자 했다. 공산품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을 하려니 제약조건이 많았다. 높은 관세가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이를 해결하려고 만든 기구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었다. GATT는 이후 약 50년 동안 그런대로 역할을 하면서 지구촌에 자유무역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GATT는 제조업 제품중심의 관세조정 역할, 비강제성, 다자간 협상 및 만장일치제 등의 특징과 단점을 가짐으로써 1994년을 끝으로 마감하고 이듬해부터 ‘세계무역기구(WTO)’가 그 자리를 꿰찼다.

WTO는 GATT와 달리 국가간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용역을 대상으로 하고, 강한 강제성과 일괄타결 방식이라는 특성을 갖췄다. 그렇지만 모든 회원국들에게 고른 혜택을 보장해주는 다자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자유무역 제고에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21세기 들어 세계무역 질서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오래 존속하면서 무역질서를 주도해 나갈 듯 했으나 회원국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비특혜무역, 기본관세율과 무차별원칙의 적용 등이 이전 GATT체제와 흡사한 점 등으로 인해 ‘지역무역협정’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실정이다. 무역협정 발효건수를 비교해 보면 확연하다. 2차 대전 후 94년까지의 GATT하에서 43건, 95년에서 2011년까지의 WTO하에서 271건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까지의 ‘자유무역협정(FTA)’은 무려 329건으로 세계무역의 50%가 FTA체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94년 4월에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이 최초로 발효된 이후 지난 4월말 현재 총 8개가 발효됐고 무역대상국은 모두 45개국에 달한다. 8개의 FTA에 의한 교역비중은 나라 전체의 35%를 넘어섰다. 현재 13개 국가와 협상 중인데, 만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발효된다면 우리나라 교역량의 54%가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달성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 기업이 자유무역협정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갈 때 비로소 FTA시대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가 있다.

FTA 무역절차상의 가장 큰 특징은 특혜관세 적용의 적합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WTO하에서는 해당 기업이 수출만 잘하면 되는데 반해 FTA하에서는 수출기업과 협력기업의 가치사슬이 대단히 중요하다. 협정을 체결하면 체결국가간 상품에 대한 특혜관세가 정해지는데 이때 교역되는 상품의 원자재, 중간재 혹은 부품과 소재 및 최종재의 조립국가 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특혜관세 적용의 적격성 판단과 원산지 증명서 등의 서류와 검증이 필수적이다. 만일 원산지 규정을 어겨 관세수혜가 탄로난다면 특혜관세 추징이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고 집중 관리대상이 된다. 해당기업은 수출선을 잃게 되고 국제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협력업체가 수출업체에 제공하는 부품과 소재 및 중간재 등에 관한 원산지 정보의 신뢰성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원산지 관리는 FTA무역에서의 핵이자 수출기업과 협력업체간 가치사슬의 협업과 소통의 산물이다.

아무튼 FTA극복이 기업의 사활과 직결되는 시대이다. 수출기업은 관세혜택과 같은 금전적 이득 외에 바이어에게 신뢰성 제공 등 해외마케팅상의 비금전적 요인을 더 크게 늘릴 수 있다. 협력업체는 매출이 확대되고 원산지 관리를 하면서 안정적인 벤더(vendor)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거래선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원산지를 철저하게 관리함은 제품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증빙서류 전자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수출기업은 수출·구매·판매부서 등 전사적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고 협력기업 역시 원산지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야 가능하다.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됐다고 해당국 간의 수출입 품목 모두에 관세가 철폐되지는 않는다. 기업이 FTA활용 이점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선 원산지 관리, 증빙서류의 관리철저 등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구로다 전기’를 비롯해 20여개의 일본기업이 경남진출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가 체결한 FTA를 적극 활용하려는 일본기업의 의중이 깔려 있다. 우리 기업들도 그러한 전략을 알고 실천해 간다면 FTA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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