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호 (농협 진주시지부 농정지원단장)
요즘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를 보면서 농촌지역에서의 농협금융의 존재감을 곰곰히 생각해 본다. 흔히 농협 태동 5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역할은 농촌 고리채 해방을 제 1순위로 꼽곤 한다. 60년대부터 지금까지 농촌지역에서 고리채나 금융회사 파산 같은 피해가 없다는 것은 요즘 같은 시기에 되새겨보면 정말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서민을 상대로 고금리를 미끼로 번 돈으로 사행산업 투자, 골프장 운영,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하다 영업정지가 되곤 하는데, 농업자금이 이렇게 사용되었다면 농촌사회는 사회적·경제적 회복불능 상황이 발생하여 농가경제는 절단이 나도 몇 번은 났을 것 같다. 농촌사회에서 농협금융의 역할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농촌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섬뜩함 마저 든다.
그러나 농협은 고리채를 단절했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흔히들 돈장사에만 치중한다고 꾸중을 많이 듣곤 하지만 농촌의 금융질서가 무너진다면 농촌 경제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렸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물론 농협이 금융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데 문제가 있음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래서 농협은 지난 3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하여 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여 금융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제사업은 유통·판매부문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여 농협다운 농협으로 거듭나려는 힘찬 몸부림을 치고 있다.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농협은 판매를 전담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인데, 강원도 횡성 서원농협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진주시의 경우 각 농협에서 공동 출자하여 조합공동 사업법인을 설립하여 고추, 파프리카, 피망 등을 전담 판매하고 있는 것도 판매농협 구현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 농협은 금융과 판매 두 트랙이 원만하게 작동하여 원활한 농업자금 지원은 물론 농업인이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판매사업 역량강화에 더욱 집중, 사업분리의 큰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종사자들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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