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과 청렴한 세상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청렴한 세상
  • 경남일보
  • 승인 201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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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철 (경남도 감사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중국고사가 있다. 옛날 중국 어느 마을 한가운데 높은 산이 2개 있었다. 사람들이 이 산을 넘고 다니기에 불편해 우공이란 노인이 아들과 산의 흙을 파서 나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조롱했지만, 노인은 오히려 “내가 못하면 내 아들이 할 것이고, 아들이 못하면 손자가 또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꾸준히 흙을 퍼 날랐다. 우공과 그의 아들이 죽자 손자 대에 이르러서는 이윽고 산을 다 옮기고 마을 사람들은 넓은 길을 편안하게 다녔다는 이야기로 목적을 가지고 끈기 있게 행하면 이루어진다는 교훈이다.

매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하여 발표한다. 경남도에서는 그동안 청렴도 향상을 위해 민간 암행어사제, 전국 최초 투명사회 전시박람회 개최, 청렴패러디 포스터 공모전 등 30여개의 다양한 청렴시책을 추진하여 왔고, 그 결과로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 300여기관 대상 청렴교육·홍보시책 평가에서 우수상을, 감사원 주관 자체감사 심사평가에서는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오는 7월이면 필자가 경남도 개방형 감사관이란 소임을 맡은 지 벌써 1년이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음 임명된 개방형 감사관이란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경남도의 부패가 단번에 척결되어 청렴한 세상이 될 것이란 믿음도 주었고 또한 희망을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청렴도 평가에서 경남이 광역지자체 중 13위를 나타나 그동안 추진했던 의욕과 노력에 비해 단기간의 시책이 청렴도에 결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고 또한 도민의 공감 없는 일방적인 청렴시책은 그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절실히 깨달았다.

매년 청렴도 측정결과가 발표되는 시기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는 평가결과를 가지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기에 분주하지만 쉽게 해법을 제시하기란 어렵다. 경남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도정만 깨끗하다고 청렴도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시·군의 청렴도 또한 동반 향상되어야 하고 각종 인·허가, 계약 등으로 행정에 참여하는 도민들도 특혜를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청렴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공직 비리가 연중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되면서 마치 공직사회 전체가 부패에 만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각종 언론매체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신속한 제공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청렴도 향상이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선결과제이고 이 시기에 화두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깨끗한 사회를 이루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완전히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지상과제이지만 오늘의 이러한 고민 또한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완성되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해결해야 하는 구심점 또한 우리 도정의 역할이라 믿고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낀다.

경남도가 청렴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도민과 공직자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어젠다(agenda), 즉 극복하고 달성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경남도정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 청렴문화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계약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묵시적인 사회적 계약 하에서 우리 도는 청렴도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추진하고, 청렴의 대상이자 주체인 도민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는 생활 속의 청렴문화 정착운동에 동참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청렴한 세상은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중국의 ‘우공이산’의 고사처럼 우리가 바라는 청렴한 세상은 단기간의 의욕과 시책이 바로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민과 공직자가 청렴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반드시 그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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