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지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보면서 30여년 전 지리산과 관련된 한 해프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경남지사가 지리산 천왕봉에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내용의 비석을 세운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잘 알다시피 지리산은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도와 경계를 나누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지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이 비석은 수난을 겪었다. 타 지역민들이 마구 훼손해 흉물로 변했고 결국은 제거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리산은 ‘남도인의 정신적 고향’이다. 학교마다 교가에 지리산 정기를 이야기하고 고을마다 지리산을 자랑으로 여기며 그 산의 자양분과 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지리산 인근에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안분지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리산은 우리 모두의 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함양군의 마천면 명칭변경의 순수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리산의 독점적 지배는 반대한다. 더구나 지명을 지리산으로 바꾸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함양군의회와 같이 지리산을 접하고 있는 시·군이 모두 명칭변경을 하고 나서면 함양군이 당초 목적한 시도가 빛을 바랜다. 특히 함양군과 이웃인 산청과는 현재도 케이블카 문제를 두고도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지자체가 관련조례만 바꾸면 명칭변경은 가능하다. 함양군의회는 대승적 입장에서 마천면의 ‘지리산면’ 지명변경 시도를 철회하길 바란다. 지리산은 남도인 모두의 산이고 나아가서는 민족의 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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