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사람아
사람아, 사람아
  • 경남일보
  • 승인 201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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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맥학원 원장)
사람이란 낱말에는 정감이 있고 인간미가 있는 것 같다. 사람에 감동하고 실망하고 웃고 눈물 흘리고 산다. 이러저러해도 여전히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살아오면서 ‘사람’이란 말에 전율과 같은 감동을 느낀 적이 세 번 있다.

모래톱 이야기, 사하촌을 쓴 요산 김정한은 ‘사람답게 살아라’고 했다. 살아보면 누구나 사람답게 살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요산의 문학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그것이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의 갈 길이 아니다.” 그는 평생을 불의에 저항하며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살다 갔다.

두 번째 감동은 아주 오래전이다. 장길산, 객지를 쓴 황석영을 통해서다. 1989년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 있고 교류는 전혀 없었다. 지금 다시 남북관계가 얼어 있지만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북한사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장막의 세상이었다. 북한의 북자만 꺼내도 빨갱이로 낙인찍히던 때였다. 이런 시절에 황씨는 당시 서베를린 동베를린을 거쳐 북한을 다녀왔고, 북녘땅 다녀온 기행문을 일본에서 쓰고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발표한다. 제목은 ‘사람이 살고 있었네’였다. 역시 황석영이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이 꿈꾼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이다. “지금도 사인을 하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씁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이것은 자유와 평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았을 때 그가 한 말이다. 또 “사람 사는 세상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도, 소외된 사람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누구나 당당하게 인간적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세상, 공동체 안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대해 배려하고 연대하고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는 일들에 참여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가 살아 있을 때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매년 5월이 되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도 일부 보수언론은 그에게 비판이나 비난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고 있지만, 든사람은 몰라도 난사람은 안다고 우리 사회에서 그가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의 꿈처럼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골에 가뭄이 심하다. 고추도 가지도 오이도 콩도 고구마도 모두 비를 기다린다. 또 모내기도 다가오고 있다. 하늘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의 눈물처럼. … 비가 오려나. ‘다시 바람이 분다.’

/맥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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