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특별조사제도 도입취지 유지되어야
소방특별조사제도 도입취지 유지되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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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갑 (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지난 5일 부산 서면의 한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반복되는 대형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화재조사 결과 인명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내부시설의 불법개조였다. 허가 당시에 방은 24개였으나 다용도실과 부속실을 별도의 방으로 만든 것이다. 옥외 계단으로 이어지는 비상구도 불법으로 개조해 덧문을 달고 창고로 사용했다.

소방당국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소방검사가 바로 그 부분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방특별조사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지난 2월 법 개정으로 소방점검이 민간자율에 맡겨졌다. 소방특별조사는 관(官) 위주로 실시됐던 소방점검을 건물 관계자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시설관리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건물 관계자에게 있다. 관에서 모든 건물에 대한 안전을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변경된 제도는 5% 샘플 조사방식으로 단속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소방검사를 받았다고 문제점이 다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소방관이 소방검사 전문가는 아니다. 의사도 내과, 외과, 안과 등 전공분야가 나뉘어 있듯 소방관도 화재진압, 구조, 구급, 소방시설 검사 등 분야별로 전문화돼 있다. 하지만 기존의 검사방식은 모든 대상에 대해 전수조사하는 방식이었다. 수천개가 넘는 소방 대상물을 모두 검사하려니 자격 유무에 상관없이 비번자를 포함한 모든 소방공무원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진주소방서에서 관리하는 소방대상물만 6200여개에 달하며 이 외에 1396개소의 다중이용 시설과 788개소의 위험물 시설이 있다. 이들 시설은 수시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또 소방대상물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화재진압, 구조, 구급이라는 주 업무를 뒤로하고 소방검사에만 매달릴 수만도 없다. 해외 선진국 어디에도 소방관이 소방대상물을 전수 조사하는 곳은 없다. 모든 대상을 소방관이 검사해야 한다는 모순적 제도가 형식적 소방검사로 이어져 온 것이다.

부산 노래방 사고 이후 일부 언론에서 소방서에서 모든 대상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여론에 떠밀려 소방관서에서 직접 만든 법을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남의 대부분 소방서 예방점검 업무는 2~3명이 맡고 있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문 소방검사 인력충원이나 별도의 대책 없이 예전 방식의 전수조사를 고집하는 것은 여론 무마를 위한 수단일 뿐 부실한 소방검사로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앞으로 소방서에서는 소방특별조사제도를 통해 적발된 건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처벌을 통해 다른 영업주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할 예정이다. 지금은 소방특별조사제도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시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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