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아침논단
대학졸업자 취업난의 자화상이찬규 (창원대학교 총장)
경남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5.29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요즘 정부에서 주도하는 대학평가의 핵심지표 중 하나가 졸업생의 취업률이다. 작년에도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대학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취업률이라는 지표를 획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많다. 어쨌든 최근 각 대학들은 취업전문 부서를 설치해 우수한 직원을 배치하고 산학협력의 강화, 취업강좌의 개설, 취업지원관의 채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졸업생의 취업을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졸업자의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IMF 이후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정리해고로 인해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고, 특히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비싼 대학등록금에 비하여 대학졸업자의 미취업이 증가하면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논쟁과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반면에 대학에서는 대학이라는 상아탑의 존립목적에 반하여 실용성만을 강조한 기술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크게 사회적 구조의 문제와 대학 내부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사회적 구조와 관련된 대학졸업자 취업난의 주요 원인은 노동시장의 고용관리 관행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불균형 문제로서 노동시장의 수요와 인력공급의 괴리에서 오는 현상인 미스매치(Mismatch)를 꼽을 수 있다.

미스매치의 첫 번째 요인은 일자리 수에 비해 대학졸업자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고교 졸업자의 84%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최근 73%로 급격히 감소), 몇 년 후에는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보다 많아진다는 사실에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정원 축소정책은 이런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늬만 대학이고 교육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대학을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걸러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머리를 갸우뚱하게 되는 구조조정 대상대학의 선정, 증원, 전문대학의 4년제 대학 전환 등은 곤란하다.

두 번째는 공급되는 일자리의 질과 대학졸업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질의 차이에서 오는 미스매치다. 즉 대학졸업자들이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관, 공무원 등으로 몰리는 반면 이들의 일자리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제공되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와 열악한 보수수준이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도 신입사원의 임금수준을 적절히 통제하고, 중소 협력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는 상생(相生)의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또한 임금 인상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은 보수를 제시하는 일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경영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인력의 수준과 대학의 교육내용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치로 대학의 교육내용이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직업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에서 모든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각기 맞춤형으로 길러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대학에서는 졸업생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과 전문지식을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지 개별 직장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맞춤형 교육은 고용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지역대학의 입장에서 수요자로부터 고용을 확약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외부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며, 대학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방법도 시급히 변해야 한다. 교수가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도 오래전부터 창원지역의 제조업체들로부터 공과대학 졸업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품질관리, 원가관리와 같은 내용을 교육해 달라는 요청을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과차원에서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변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내 자식의 미래를 열어 준다는 시각에서 국가, 사회, 대학 모두의 자세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