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04>
오늘의 저편 <104>
  • 경남일보
  • 승인 201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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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오늘의 저편

진석은 대문밖에 서성이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구지? 누구일까?’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유를 들어보자. 말을 해야 알 거 아니냐?”

앞뒤 없이 기가 꺾이고 만 여주댁은 며느리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민숙은 남편의 상황을 낱낱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실망감으로 일그러지는 시어머니를 보는 것이 영 죄스러운지 아이는 좀 더 있다가 꼭 갖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여주댁은 입을 꾹 봉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은 한숨과 함께 눈을 꾹 눌러 감는가싶더니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진석은 대문밖에 서성이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구지? 누구일까?’

모자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 남자에게 소리 없이 다가갔다.

‘혹시? 설마? 아니!’

상대의 양손이 누런 광목에 둘둘 싸여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진석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본능적인 혐오감에 휩싸이면서 필중이 아버지가 틀림없다는 결론을 빨리도 내렸다.

“저, 잠깐만요?”

상대가 뭔가를 대문 틈에 끼어 넣고 막 발길을 돌릴 때 진석은 급히 그를 불렀다. 할 말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막연한 짐작일 뿐 그가 필중이 아버지라는 확증이 없는데도 말이었다.

멈칫 걸음을 멈춘 상대는 목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는 목을 한번 끄덕여 보이곤 멀어져 갔다.

‘여긴 왜 온 거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세요.’

어두워 보이는 그 등에다 대고 진석은 실없이 중얼거렸다. 대문간으로 발걸음을 급히 당겨갔다. 대문 틈에 놀이딱지처럼 접은 흰 종이가 끼여 있었다. 즉석에서 익어버린 궁금증이 얼굴로 후끈 달아올랐다,

무심결에 그 딱지로 손을 내밀던 진석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내가 왜 이러는 거야? 대체 내 두려움의 정체가 뭐야?’

떨리는 손을 도로 내밀다간 진저리를 쳤다.

방으로 달려간 진석은 장갑을 찾았다. 반짇고리만 눈에 들어왔다. 골무를 손끝에 끼었다간 변덕을 부리듯 빼곤 양말을 찾았다. 양손을 번갈아 양말 속에 집어넣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어이없이 낄낄거렸다.

‘민숙인 어디 간 거야?’

비로소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진석은 공연히 두리번거리며 대문간으로 다시 나갔다.

양말을 끼어 뭉툭해진 손으로 종이를 빼냈다.

‘우리 필중이 지금 도봉산 ㅇㅇ암자에 있습니다. 꼭, 꼭 부탁드립니다.’

내용을 확인하면서 진석은 코웃음을 쳤다.

‘아이 마음을 뿌리째 흔들어 놓고는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지? 뭘 부탁한다는 겁니까? 도대체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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