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일 (진주 경해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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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들을 만든 임권택 감독이 몇 해 전 이곳 진주를 방문해서 한 방송사와의 대담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하는데 급급하기보다도 차라리 우리의 것, 우리의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초기에 3류 감독에 머물면서 회의와 번민 속에서 좌절했던 그를 새롭게 부각시킨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을 시키려면 싱가포르로 보내고 가수를 시키려면 한국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요즘 한국가요(K-POP)의 위세를 보면 놀랍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얼마 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신세대 가수들의 유럽공연과 미국시장을 파고든 젊은 가수들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비틀즈나 아바, 마이클 잭슨의 공연에 혼을 빼앗겼던 세대의 한사람으로서는 우리의 음악과 율동에 열광하는 서구 젊은이들의 열정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넘어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덕수 사물놀이나 난타 공연의 성공신화 그리고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이끌어낸 겨울연가, 대장금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드라마는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스크린쿼터로 명맥을 유지했던 우리 영화도 이제 수출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 문화 수입국이 지금은 대단한 파워를 가진 문화 수출국이 된 것이다.
한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면의 요건을 고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다른 지역의 좋은 문화를 제때에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것에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이것을 승화시켜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제는 모두 고루 갖춰야만 되는 것인데, 우리는 그동안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치중했고 자기의 좋은 문화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이제 우리는 진정한 세계화가 무엇인지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는 성찰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문화적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희망을 갖고 지혜를 모아 적절히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면 우리의 전통주가 서구의 위스키나 포도주를 지배할 수가 있을 것이고, 우리의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서구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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