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강제휴무, 억압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SSM 강제휴무, 억압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경남일보
  • 승인 201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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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자취생에게 ‘장보기’란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일이다.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아갔더니 휴무일로 영업을 하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이 있었다. 평소 대형마트를 즐겨 찾는 나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알아보니 지난 10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로 영업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월 1~2회 휴무해야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공포되었다고 한다. 이 시행령은 영세업자와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단 소비자에게 있어 집 근처의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어렵다. 싱싱한 물건을 저렴하게 찾을 수 있는 곳, 보기 좋고 깔끔하게 물건이 정리되어 있는 곳, 이러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들은 편리한 쇼핑에 길들여져 왔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 SSM 강제휴무 조치는 희생을 종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대형마트, SSM, 그리고 전통시장과 영세업자까지 모두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찾아간 마트가 문이 닫혀 있을 때 대안으로서 근처의 전통시장을 택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요즈음에는 자기 동네의 시장과 영세상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 강제휴무 조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먼저 소비자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본래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대형유통업체가 휴무한다고 해서 그날의 매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금요일과 토요일로 나누어지는 것뿐이니 그날의 매출을 전통시장이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형 유통업체를 억제해 상대적으로 전통시장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전통시장이 스스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를 위한 시설을 구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주차시설과 위생상태를 관리·점검하는 일들이 그 예가 되겠다.

더불어 가게마다 물건마다 천차만별인 가격 또한 일치시킬 수 있다면 이번 SSM 강제휴무 조치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게 된다. 또한 결과적으로 시행령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기업과 영세상가를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향 평준화보다 상향 평준화는 현실적으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향 평준화는 넘치는 부분을 깎아 내면 그만이지만 상향 평준화에서 부족한 쪽을 채우는 데에는 막대한 노력과 시간,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으려면 두 바퀴 모두 안정적이어야 하는 법.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및 영세상가가 ‘상생’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례인 만큼 ‘상생’을 위하여 부족한 점이 보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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