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한때 예비전력률이 422만㎾로 떨어졌다. 공급예비력은 500만㎾ 이상일 때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이날 전력수요가 최대일 때 기록한 공급예비력 422만㎾는 전력공급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400만㎾에 거의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한여름에나 있을 법한 일이 5월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공급확대만 고집했던 정부 전력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노후화 및 부실관리로 가동중단이 잇따르면서 올 여름은 자칫 대규모 정전사태마저 우려된다.
그래서 정부는 하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 시점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무더위가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다. 관가나 공공기관은 5월 들어서면서 에너지 절약의 상징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예년 같으면 더위가 본격화되는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이었지만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는 노타이 차림의 ‘쿨비즈 패션’이 좀 더 오래갈 것 같다. 서울시가 한여름인 6월부터 8월까지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설정, 직원들에게 반바지와 샌들차림 근무를 허용키로 했다고 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공공기관도 시행을 권장할 사항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값싸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자면 현재로선 원전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5월부터 ‘원전 제로’ 상태에 돌입한 일본 국민은 에어컨은커녕 전기밥솥과 세탁기 사용도 자제하며 에너지 절약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원전 대신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발생한 연료비 증가액을 메우기 위해 올해 초 기업의 전기요금을 평균 17%나 인상했지만 더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전력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 당장 빠른 해결책은 전력난 극복에 전 국민이 모두 동참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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