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자연에서 조금은 느리게 살기
산과 자연에서 조금은 느리게 살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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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얼마 전 문화와 관련되는 수업에서 필자는 50명이 가까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내용인 즉, 24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한 느낌을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필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휴대폰 사용에 따른 중독(?)이 심각한 상황임을 직시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과제결과는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단지 하루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인데 온통 신경이 꺼진 휴대폰에 가 있고, 또 무엇을 하건 간에 손에서 휴대폰을 놓을 수가 없었으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수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휴대폰을 다시 켤까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휴대폰을 켰을 때의 안도감, 후련함, 이제야 뭔가를 찾은 듯한 만족감 등이 그들의 결과물에 적혀 있었다. 스스로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다고 쓴 학생들도 과반수였다. 걔중에 한둘의 학생만이 불편함은 있었지만 별반 그렇게 고통과 불안감은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각종 회의며 일들로 인해 휴대폰 음을 진동으로 해 놓는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진동에 의한 버릇이 주머니 근처의 살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즉, 휴대폰을 꺼 놓고 있을 때에도 나도 모르게 주머니 근처의 살을 떨리게 만드는 진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한다.

실험으로 고양이를 판 위에 올려놓고 판을 불로 달구면 판 위에 있던 고양이는 발이 뜨거워 춤추듯 판 위에서 뛴다고 한다. 또한 불을 달구면서 옆에서 북을 치는 과정을 여러 번 하게 되면 후에는 북만 쳐도 판이 뜨거워져 있을 거라 느낀 고양이는 판 위에서 뛰어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북만 치고 불을 판에 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처럼 우리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의 진동음을 착각하여 인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긴요하게 필요한 통신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꽤나 되었다. 개인이 휴대폰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필요한 통신수단으로써의 휴대폰이 이젠 중독성을 띤 기계, 아니 사람의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의 과제물에서 그러한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어떤 학생은 24시간이 지난 후 휴대폰을 켰을 때 카톡 등 문자가 4000여 건이 들어와 있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것을 읽으려면 얼마만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일일이 답까지 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것을 위해서 보내는 것인가.

휴대폰의 중독성은 이미 예견된 지 오래다. 계속 진화하고 편리해지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휴대폰의 편리성은 당연히 있다. 또 긴요하게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휴대폰의 기능을 넘어 정신의 일부를 지배하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면 아찔한 일이다.

길을 가나 어딜 가나 휴대폰 사용이 자연스럽다. 휴대폰 홍수다. 선전에서도 그렇고 식사를 하면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느라 대화가 끊겼다. 우리는 그런 장면들을 어디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마도 휴대폰의 노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지면을 읽은 독자들께 한 번 권해보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했듯 의도적으로라도 24시간만(사실 잠자는 시간을 빼놓으면 그 시간의 3분의 2 정도다) 휴대폰을 꺼놓거나 보지 말고 생활을 해 보시라. 즉시 자신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사회현상이라고 보지만 그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산에 들어 그것을 잊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뭔가의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떤 것이든 잠시 밀쳐둘 수 있거나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과 주변 그리고 사회의 소통에 시간을 할애하고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산과 자연에 들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면 각박했던 마음이 한결 온유해지고 느려지고 정직해질 것이다. 그것은 분명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다. 휴대폰이 있던 자리에 잠시 산과 자연을 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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