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예절교육을 통해 국민의 격을 높일 때이다
이제는 예절교육을 통해 국민의 격을 높일 때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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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르몽드가 우리나라의 예절을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세계의 예절’ 시리즈에서 한국이 서양의 행동양식을 받아들이긴 했어도 정서적으로는 전통 예의범절(禮儀凡節)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르몽드는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로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던 청년과 자리 양보를 요구한 노인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 일을 예로 들며 한국사회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생활 예절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라지고 있는 전통 예의범절



“요즘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얼마 전 거리에서 젊은이가 담배꽁초 버리는 것을 본 노인이 꾸짖자 대뜸 노인을 쏘아보며 “할아버지가 뭔데 간섭해요”라고 거칠게 항의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근래에는 노인은 많아도 어른은 없다는 자조적인 말도 들린다. 우리 세대만 해도 자기 자식 교육 못시키면 남의 부모가 가르친다고 배웠다. 그때에는 학생 신분으로 담배를 피울 때 어른이 지나가면 담배를 중간에 끄거나 숨기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제는 이런 모습이 추억이 된지 오래다. 우리의 전통미덕인 예가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해온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란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이러다가 우리의 전통 미덕인 예절에 대한 개념조차 상실되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학교, 사회가 일체가 된 예절 부흥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절의 근본정신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경애의 정신이다. 예의(禮儀)는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애하는 정신을 언행으로 나타내는 공동체의 규정이나 관계를 말한다. 즉, 서로 상대방에게 갖추어야 할 말투나 몸가짐 또는 행동 등이다. 범절(凡節)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말투나 몸가짐, 행동의 정해진 형식이다.


과거 이러한 예절교육은 주로 가정의 밥상머리에서부터 이루어져 왔다. 학교에서도 학과목 공부와 병행하여 생활교육이 전 교육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생활지도에 관한 학교로부터 통보를 받은 학부모는 송구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머리를 조아리며 ‘앞으로는 자식 교육을 잘 시키겠다’ 고 스스로를 반성의 계기로 삼곤했었다. 이는 우리나라는 ‘밥상’을 끼니를 채우는 식사 본연의 의미뿐만 아니라 예절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곤 했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가르침이 존재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리의 가정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함께 밥을 먹는 밥상이 사라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각자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저녁에는 각자의 현장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혹 같이 식사한다고 해도 한쪽에서는 신문이나 TV를 보고, 한쪽에서는 휴대폰으로 검색에 열중하느라 가정공동체로서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채 각자 관심사나 식사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런 대화의 부재는 가정교육의 포기로 이어지고 부모들조차 생활교육을 방기한 채 경제적 부담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한 게 아닌가 한다. 요즘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밥상머리 교육, 즉 가정교육 부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공부만 잘해 좋은 대학에 가면 그만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생활교육의 부재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에서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A학점을 받는 비율이 2배 높고, 비행에 빠질 확률은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가족이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의 정도가 학생들의 인지적 및 정서적 발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 협동적 노력을



이 모두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인 어른의 책임이 크다. 이제부터라도 이를 바로 잡아 제자리로 돌리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미풍양속인 예절에 대한 기본마저 잊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길 없기에 더욱 절실하다. 그러므로 가정교육의 복원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학교교육 또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국민적 의식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필자가 소속한 대학에서는 예절 문제의 중요성을 익히 인식하고 예절교육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신축 중인 ‘교육문화관’에 예절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예절실을 활용하여 예비교사인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국가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협력해서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키우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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