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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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링컨대통령이 케티스버그 국립묘원 안장식에서 한 연설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문으로 남아 있다. 링컨은 모두 266단어로 구성된 ‘새로운 자유의 탄생(a new birth of freedom)’이라는 제목의 2분간의 짧은 이 연설로 미국민을 감동시켰고, 마침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연설문 말미의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라는 명문은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의 교본이 되고 있다. ‘of’와 ‘by’ 그리고 ‘for’라는 전치사의 절묘한 조화로 이뤄진 이 1형식 문장은 아무런 수식어와 미사여구도 없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적확하고 완벽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기구가 정부이든 국가이든 국회이든 민주주의 사회에선 더 이상의 선(善)이 있을 수 없다.

정치의 계절을 맞으면서 링컨의 케티스버그 연설을 다시 한 번 반추하는 것은 지금 우리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선 6개월을 앞두고도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인물의 부상은 오리무중이고 아직도 선답을 하고 있는 후보대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언론은 이런 인물에게 빨리 물위로 나오라고 작문을 해대고 누가 세몰이에 능한가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능한 후보에 대한 검증은 뒷전인 채 어떠한 합종연횡이 대선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퍼즐을 푸는데 안간힘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도 다름없다. 누구와 누구의 양자구도, 3자구도, 다자구도를 계상해 놓고 하루하루의 조사결과에 따라 소설 같은 해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마치 현실정치가 ‘정치부 기자와 매스컴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것인 양 이끌려 가고 있는 느낌이다. 오직 모든 관심은 세(勢)가 어느 쪽에 몰려 있는가에만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후보에 대한 검증은 관심 밖이다.

그래서인지 매스컴을 통해 후보물망에 오른 인물들도 공약개발은 외면한 채 부화뇌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들은 연일 대서특필되는 신문과 방송의 경쟁적 정치해설에 길들여 가고 있다. 그런 틈새를 타고 벌써부터 흑색선전이 어지럽게 춤을 춰 지난 시절 대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런데도 대중매체들은 이런 현상을 양비론적 시각이나 누구와 누구의 대결이라는 식의 흥미위주로 보고 이럴 경우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할 것인가를 분석하며 흥미진진해 하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고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들도 어느덧 이런 매스컴이 자의적으로 편성 또는 편집해주는 밥상에 길들여져 편가르기에 한창이다. 5년마다 똑같은 모습의 정치계절이 답습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우리의 정치는 정치부 기자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메커니즘이라면 이제는 정치부 기자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모든 사안에 대한 시각을 정치적인 것에만 고정하지 말고 사회적 시각과 문화적 시각 등도 가미한 종합적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어떻고 사회통념상·국민정서상은 어떤지 다각적 시각으로 접근해 보도를 하라는 것이다. 대선정국을 진단하고 보도하면서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규명은 필수적이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언론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도 진실은 실종되고 후보검증은 소홀해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언론이 가장 무게를 두고 취급해야 할 사안은 후보 물망에 오른 이들에 대한 검증이 아닐까.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왔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스펙을 쌓아 왔고, 경제관과 외교관은 어떠하며, 복지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정서적으로는 어떤지, 취미와 특기는 무엇이며 여가는 어떻게 보내는지, 자녀관계는 어떠하며 부부관은 원만한지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국민들에게 알려 함량미달은 일찌감치 하차시켜 국민들의 혼란을 줄여 주어야 한다.

정치 1번지라는 여의도에만 맴돌지 말고 후보의 출신지를 찾아 현지 민심을 듣고 후보에 대한 취재로 살아있는 기사를 써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선기간에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해도 검증할 수 없는 그런 악순환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기자의 머리에서만 나오는 작문수준의 기사는 국민들도 알고 식상해 한다. 정치부 기자와 언론은 이제 링컨의 ‘of’와 ‘by’ 그리고 ‘for’의 참 의미를 곱씹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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