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순직장병 故 이재민 하사 아버지 이기섭씨
사진설명=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희생된 故 이재민 하사 부친 이기섭씨가 당시가 회상되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오태인기자 |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충일을 이틀 앞둔 4일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희생된 고(故) 이재민 하사의 아버지 이기섭(53)씨는 “아직도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리 크진 않지만 농사 짓는 게 내 일이었다”면서 “그 일 이후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 집에서 먹을 채소를 키우는 텃밭 정도만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그는 “사고가 있던 날 저녁, 일찍 잠들었다가 다음날 친척들이 먼저 알고 연락을 해 왔다”면서 “TV화면을 보면서도 나는 그 배가 우리 아이의 배가 아닌 줄 알았다”고 말하며 끝내 눈가를 훔쳤다.
또 “그 일 이후 다른 희생장병 가족들은 대부분 이사를 가셨다고 들었지만 나는 고향인 진주를 떠나기가 싫었다”면서 “농사도 짓고 일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추모일이나 현충일이 되면 불거져 나오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무성한 소문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많이 상한다”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내외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천안함 용사들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부나 국가에서도 우리 46용사들을 기리는 행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낀다”면서 “46용사들은 나라를 위해 충성을 바쳤다. 그 희생이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쉴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생각날 때마다 현충원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한달에 한번 꼴로 현충원에 갈 일이 생겨 매달 3~4번은 대전을 방문한다고 했다.
이씨는 “대전에 갈 때면 언제나 유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가족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며 “서로의 아픔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만날 때마다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실 한쪽에 걸어 놓은 고(故) 이재민 하사의 사진을 잠시 바라보다 “한배를 타던 46명이 한날 한시에 나라를 지키다 떠나 갔다”며 “모두들 하늘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붉어진 눈가를 다시 한번 훔쳤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대한민국의 아들을 잃은 슬픔이 점차 희석되고 잊혀져 가고 있지만 46용사의 부모, 형제의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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