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종북(從北)과 구별해 주어야 한다
진보, 종북(從北)과 구별해 주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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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민주정치의 성숙은 극적인 상황에 극적인 대처(statement)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 대처는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나온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국가 정체성 정립의 근간이다. 그런데 공적 입법체계인 국회에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 등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의 확인이 필요한 문제였다. 새누리당 홀로 목소리만 있다가 통합민주당의 이들 털어내기로의 입장정리는 대선이라는 현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국가 정체성 확인과 민주적 정치운영의 축적에 무게를 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다.

국가정체성 부정세력, 정치할 자격 없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당선자 국회등원과 논란은 당장 올 12월 대선과의 변수에서 보수의 결집 개연성, 한국 진보세력의 방향성 정립 그리고 종북세력과의 차별화 같은 민감한 문제와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그들의 궤변 릴레이는 민주의식을 의심케 하고 경직된 그들만의 논리와 세계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 지적에 ‘세상에 100% 완벽한 선거가 어디 있느냐, 부정이 70%나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은 절차나 과정의 정당성 확보가 생명인 민주정치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연 30여억 원의 입법활동 비용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해주게 된다는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큰 틀에서 민주정치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자정노력과 함께 통합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흐름을 같이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일은 이러한 문제 말고도 다양성의 확보와 존중이라는 시대흐름에서 우리 사회도 공산당이 하나의 합법적 정당으로의 요구와 그 개연성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양성의 세계를 제시하고 국민적 선택을 받겠다는 논리가 곧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개별적 삶과 공동체 지향적 삶과 관련하여 바람직한 삶의 상태나 바람직한 세상의 질서나 모습을 설정하고 동인(動因)을 가진다. 그리고 이의 자생기반은 사회모순과 부조리다. 사회 부조리와 모순의 지적은 구성원 모두의 공존과 공생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상변화 과정에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지켜지고, 현실이 어느 정도 긍정되느냐가 항상 문제였다. 이의 역사적 책무는 대체로 진보에서 시작된 적이 많았으나 우리는 종북과 진보의 논리가 혼재되어 있다.

특히 종북의 큰 흐름은 ‘세상의 모든 대상과 현상에 대한 해석권을 가진 당이 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철저히 부정된다는 논리’를 따르고 있어 위험스러운 영역들이 많이 내재되어 있다.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본공산당 위원장 앞에서 ‘나는 한국에서 공산당을 합법화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말은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추구하는 학술회의나 토론에서 어떤 학자가 제기했다면 이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현실 국정 책임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공산당도 허용해야만 완전한 민주주의’라는 말을 지나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된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공산당이 합법화된지 오래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사·이념적으로 갈등이 불규칙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남북현실을 무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당의 합법화 여부는 남북한의 신뢰 축적과 우리 정치가 우리 사회운영에 자신감이 있을 때 접근할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정치, 다수의 상식에서 존재감 찾아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의 부정과 국회등원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관념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던 ‘국가 정체성’ 그리고 ‘민주’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선과정의 부정이라는 객관적 사실관계의 인식이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구당권파의 처신은 결국 고립이라는 멍에를 질 수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원칙보다는 철저하게 전략적 접근과 처신으로 자신들의 입지구축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다수 구성원이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그 절차와 과정에 충실하는 이념이다. 그리고 의회정치를 도구화하여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은 의회민주주의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중적 지지기반 확보는 그러한 방법 외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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