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와 샌들은 죄가 없다
반바지와 샌들은 죄가 없다
  • 오태인
  • 승인 201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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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인 기자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텐데,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텐데….”

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한 대중가수팀 가사의 일부다. 십수년 전만 해도 푸념같이 들리던 이러한 바람이 공무원 사이에서도 불고 있다.

해가 바뀔수록 때 이른 여름날씨가 더 빨리 찾아오고 냉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해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되면서 에너지 절약은 국민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생활 속 실천덕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한여름인 6월부터 8월까지 ‘슈퍼 쿨비즈’기간으로 설정, 일부 민원부서를 제외한 직원들에게 반바지와 샌들차림 근무를 허용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2014년 목표로 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의 하나로 에너지 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울시의 에너지 절약대책에 주위 사람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시의 슈퍼 쿨비즈 복장을 찬성하는 쪽은 시원한 옷차림을 하면 체온이 2도 정도 내려가고 그에 따라 업무효율이 같이 오른다는 주장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복장이 창의력을 높이고 고정관념을 깨면서 자연히 발전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예를 들면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원전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한 작년 슈퍼쿨비즈 복장을 허용하면서 전력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서울시의 슈퍼 쿨비즈 복장을 반대하는 쪽은 직업과 업무환경에 따른 최소한의 복장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 그 예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경찰관들이 제복을 입는 이유를 들어 복장에 따른 근무자세가 중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반바지·샌들차림의 서울시 ‘슈퍼 쿨비즈’ 복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물론 소비전력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타이와 반소매 와이셔츠면 충분하다는 주장과 함께 무릎까지 맨살의 다리를 드러낸 채 일하는 공무원은 방문객들과 민원인들에게 혐오감만 준다고 설명했다.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반바지와 샌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어떤가. 혹자들은 옷차림이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요즘, 공무원들의 반바지와 샌들을 우리는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슈퍼 쿨비즈 복장에 대해 업무효율과 태도를 운운하며 찬성과 반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가벼운 옷차림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변화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반바지와 샌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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