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부모자격증
아동학대와 부모자격증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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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장)
지난 4일 ‘아이 기르기가 힘들다고 애 팽개치는 젊은 부모들’이라는 주제 아래 아동학대 진상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학대 신고건수가 1만 건을 넘었으며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였다. 아동은 우리 사회를 이끌고 지켜 나갈 차세대 사회구성원이다. 그런데 그런 아동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가 학대해서 이웃이 신고하는 세태가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5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146건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으며, 학대받다 사망한 아동은 13명이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주의를 끄는 것은 부모의 보호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만 3세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학대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2009년 455건이던 영아 학대가 2010년에는 530건으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으며, 2011년에는 708건으로 전년대비 33.5% 급증하였다. 이러한 영아학대는 20~30대 젊은 층 부모(69.7%)와 여성(66.7%)에서 많이 발생했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경기도에 사는 주부 A씨는 늦둥이 첫딸을 38세에 낳은 후 처음에는 몹시 기뻤으나 남편의 시원찮은 벌이 탓에 부부싸움이 잦으면서 딸이 돌이 될 무렵 남편이 가출해 버렸다. 혼자 남은 A씨는 우울증이 심해지고 폭음을 일삼으면서 돌이 된 딸은 방치되었다. 보다 못한 이웃이 지난해 3월 아동보도 전문기관에 신고를 해서 실상이 드러났는데, 딸아이는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또래들보다 많이 작았고 온몸엔 피부병이 번져 있었다.

또 다른 사례는 충북에 사는 초등생 B군이 재혼한 계부에게 수년간 심한 폭행을 당해왔는데, 계부는 B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무호스나 회초리를 휘둘렀고,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새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던 터라 아들이 당하는 폭행을 모른 척하였다. 보다 못한 이웃의 신고로 아동학대가 드러났는데, B군의 엉덩이와 종아리는 시퍼렇게 멍들고 부어 있어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이다.

신고된 영아학대 사례 중 절반 가까이(48.1%)가 방임으로 부모가 영아를 제대로 먹이지도 씻기지도 입히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아동들은 대부분 체격이 왜소한데다 피부병 등 환경관련 질병을 많이 앓았다. 놀라운 사실은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중 실제 부모와의 격리 등 보호조치를 받은 사례가 6058건이었는데, 이중에서 가해자가 부모인 사례가 83.2%인 5039건이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부모 가정 사례가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해 부모들의 아동학대는 방치, 욕설 등의 정서적 학대, 신체적 폭력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실태를 통해 볼 때 일반 부모의 아동학대, 그리고 한부모 가족의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며 또한 재혼가족의 아동학대 문제도 걸려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가 심해지는 양상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젊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육아’를 부담으로 느끼는 데다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등 남의 손에 맡기다 보니 유대감이 적어 영아를 학대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대안의 하나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법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 당사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내 자녀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학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 내 자녀이기도 하지만 사회구성원이 될 자녀이므로 사회적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이런 자녀를 내 마음에 안든다고 때리고, 먹이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되며 새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잘 키워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이 되었다고 무조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 아니라 충분히 부모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지를 검증한 후에 부모가 되게 하는 부모 자격증제를 실시해야 하겠다. 부모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자녀들을 많이 낳아 기를 때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강력 범죄자들의 성장과정 분석에서 가정환경의 영향이 강력범을 만드는 주요인이 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만약 부모답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낳아 아동학대를 하면 그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반사회적으로 성장하여 또다시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주범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부모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이 부모가 되는 것을 생각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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