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평범한 삶의 과정
행복은 평범한 삶의 과정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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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지난날을 돌아보며 절로 고개가 끄덕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동안 끝없는 깨달음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엔 능력이나 약점을 가늠하지도 못한 채 비현실적 발상일수록 이상적이고, 실제와 거리가 멀수록 환상적인 찬란한 야망이라 여기며 그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인생이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며, 성공도 행복도 과정에 수반되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볼 때 성취를 하든 안하든 과정이야말로 우리 삶에 소중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렇지만 우리들 인생에서 반드시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젊고 젊은 만용의 시절을 무가치하다고만 여길 수 있겠는가. 그 젊은 날의 실수와 치기를 불필요한 경험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젊은 날에 이런 만용이야말로 지금의 우리 삶을 얼마나 겸허하게 하며 신중하고 사려 깊게 해주는가. 나이든 지금 감히 그때처럼 허황하고 터무니없는 꿈을 꿀 수는 있단 말인가. 또한 무모한 착각으로 자신의 능력과 적성과 취향을 시험해볼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무모한 시도였을지라도 젊음이 저지른 실수는 부끄러울수록 나이든 지금 경험이나 습관을 그만큼 익숙하게 하는 것 아니던가.

지금은 깊은 나이로서 논리로 해결될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을 풀어놓고, 인간적인 장점과 결점을 함께 지닌 채 평범한 삶을 거듭 희망해 보자. 인생은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이루어진 그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날의 만용도 결국 인생의 밑거름이었음을. 이제는 그 무모하고 막연한 꿈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인생의 깊이와 넓이에서 이따금 밑지는 아량도 이따금 베풀어가면서 살아간다면 그 과정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평범한 성공이며, 평범하게 남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사실상 아름다운 삶의 방법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조차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 그 무엇을 남기기 위해 온갖 불행과 비극적 인생을 살아가기보다는 평범하게 남들이 사는 이런저런 잔재미를 겪어가며 무난히 행복한 사람으로 아름답게 살아주기를 원함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평범한 성공을 이룩하여 행복한 삶의 과정을 즐겁게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평범하게 사는 것, 남사는 대로 사는 것, 말이 쉬워서 이렇게 표현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것이거늘. 평범하게 산다는 것도 얼마나 힘겨운가를 말이다.

그러나 순리대로 성실을 다하며 살아볼수록, 나이 먹을수록 삶의 길목에 이르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라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는 알게 되리라.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의 과정이라면, 남달리 표 나게 잘살진 못해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의 과정을 소중하게 여겨야 함이다. 인생이란 황홀한 꿈을 실현하는 결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이 한걸음씩 걸어가는 평범한 삶의 과정이 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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