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함안군 칠원면사무소 근무)
이혼가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이주 여성들과 대화를 해보면 의외로 남편과 소통(疏通)이 잘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 중에는 부부싸움 후 갈 때가 없다며 우리집에 와서 종종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한다. 결혼 7년차인 나도 남편과 다툴 때가 있다. 대단하게 큰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로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부싸움은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너희 나라 사람들은 다 그렇느냐”는 공방이 오갈 때쯤이면 거의 끝이 난다. 시나리오는 매번 비슷하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의 상처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밖으로 나온다. 세치 혀는 칼보다 무서워 사람을 갈라놓는다. 우리 부부는 인생의 쓴물이 나올 때마다 교회에 가서 참회의 기도를 많이 했다. 덕분에 가정의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 남자 중에서도 “경상도 남편들은 무뚝뚝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죽하면 집에 와서 “아∼는, 밥묵자, 자자”는 말밖에 안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이렇게 해서 행복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여자는 행복을 꿈꾼다. 결혼이주 여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자들은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남편들이 아내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여자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 남자가 살그머니 뒤에 와서 키스해 주면 달콤한 행복을 느낀다. 길에 같이 다닐 때 남자가 왼쪽에서 손을 꼭 잡아주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예화(例話)를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화산 같이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잔잔해도 오래오래 흐르는 시냇물 같은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존 그레이(John Gray) 박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함으로써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소통에 힘써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행복한 대화가 넘쳐 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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