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대화
행복한 대화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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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함안군 칠원면사무소 근무)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인지 확인해줄 수 있나요?” 면사무소에서 민원서류를 발급하고 있는 나에게 베트남 출신의 20대 후반 여성이 느닷없이 물었다. 한국말이 서투른 그녀에게 “왜 그러느냐”고 되묻자 “남편과의 갈등으로 본국에 돌아갈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에 시집온 여성들 가운데 대부분은 잘살고 있으나 이처럼 이혼위기에 처한 가정소식을 접할 때가 가끔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0년을 기준으로 부부 10쌍 중 1쌍은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이혼율도 전체 건수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내국인 이혼에 비해 다문화가정 이혼은 체류권, 자녀양육권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혼가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이주 여성들과 대화를 해보면 의외로 남편과 소통(疏通)이 잘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 중에는 부부싸움 후 갈 때가 없다며 우리집에 와서 종종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한다. 결혼 7년차인 나도 남편과 다툴 때가 있다. 대단하게 큰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로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부싸움은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너희 나라 사람들은 다 그렇느냐”는 공방이 오갈 때쯤이면 거의 끝이 난다. 시나리오는 매번 비슷하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의 상처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밖으로 나온다. 세치 혀는 칼보다 무서워 사람을 갈라놓는다. 우리 부부는 인생의 쓴물이 나올 때마다 교회에 가서 참회의 기도를 많이 했다. 덕분에 가정의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 남자 중에서도 “경상도 남편들은 무뚝뚝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죽하면 집에 와서 “아∼는, 밥묵자, 자자”는 말밖에 안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이렇게 해서 행복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여자는 행복을 꿈꾼다. 결혼이주 여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자들은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남편들이 아내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여자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 남자가 살그머니 뒤에 와서 키스해 주면 달콤한 행복을 느낀다. 길에 같이 다닐 때 남자가 왼쪽에서 손을 꼭 잡아주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예화(例話)를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화산 같이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잔잔해도 오래오래 흐르는 시냇물 같은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존 그레이(John Gray) 박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함으로써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소통에 힘써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행복한 대화가 넘쳐 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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