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일기예보와 카오스
166.일기예보와 카오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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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한전에서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들도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스위치를 끄는 좋은 습관 하나가 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나쁜 습관을 고쳤으면 한다.

인간은 날씨변화에 민감하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날씨가 매우 중요하였다. 특히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의 기후변화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일기를 예측하여 과학적으로 예보하려는 노력은 동양보다 서양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동양에서도 관심은 많아 날씨에 관한 속담도 많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거나 “제비가 낮게 날거나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등등 경험에 의한 속담이 많이 있으나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었다.

과학자들은 대기의 흐름이 역학계이고 공기 입자의 움직임도 뉴턴의 운동법칙을 따르므로 온도, 기압, 풍향, 습도 등의 자료만 정밀하게 주어지면 거의 정확한 일기예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1783년 독일의 기상학자 브란데스는 기상관측 자료를 수집하여 최초로 일기도를 작성하였다. 이 일기도만 보면 기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날씨는 어떻게 변할지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1840년대에 전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각지의 기상정보가 신속히 수집되어 일기예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드디어 1848년 영국의 데일리 뉴스지가 일기의 일람표를 싣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일기예보는 국가사업으로 발전하였다. 1854년 11월 14일 흑해의 크림반도를 강타한 대폭풍이 그 지역 일대에 큰 피해를 입히자 일기예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의 천문대장 르베리에에 의해 매일의 일기도가 일반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1922년에는 유체역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기예보의 이론적인 체계화가 영국의 기상학자 리차드슨에 의해 시도되었다. 그는 관측지점을 3200개로 나누고 6만4000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관측 데이트를 계산하도록 하는 일기예보 센터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컴퓨터의 개발로 방대한 양의 관측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일기예보가 시작되어 마침내 리차드슨의 꿈이 실현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기예보가 적중할 확률은 90%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기상학이 발전해가고 고성능 컴퓨터가 나온다면 1년 이상의 장기예보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 본다면 관측지점을 늘리고 측정시간의 간격을 줄여 오차를 최대한 줄이면 일기예보는 거의 100% 근접할 것 같다. 하지만 기상학자 로렌츠가 지적한 대로 일기는 초기 치에 민감하여 사소한 오차도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어 엉뚱한 결과 즉 ‘나비효과(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이 날씨를 영원히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인 카오스 현상이 나타난다. 무한한 장소에서 무한한 정밀도를 갖는 자료를 무한한 속도로 처리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카오스가 발생할 수 있어 유한의 인간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김용수·김용수수학학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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