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들썩거리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또다시 들썩거리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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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복 (한국도로학회 부회장)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토 지시 이후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지역 숙원사업이었다. 국민들에게 표심만을 위해 섣부른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운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한다고 했을 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가 또다시 반박하는 발언을 한 이후 최근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이란 불길한 느낌의 유령이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본래 교통계획은 주변 관련계획과 비교해 가며 면밀히 검토해 항공과 고속철도 그리고 고속도로와 국도의 건설계획은 상호 입체적인 교통망 계획수립이 필수적이다. 국토면적이 작은 우리의 경우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이 잘 수립돼 있으면 항공 경쟁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부고속철도가 2시간10분대로 연결 개통되면서 그야말로 대변혁을 가져왔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국에 포화상태로 산재한 16개 공항 중 인천과 김포, 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모가 작아서 혹은 입지가 잘못돼서 적자가 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무안공항과 양양공항 그리고 울진공항을 보라. 공항수요 예측을 부풀린 중앙정부가 양양에 거대한 국제 허브공항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우겨댔던 일이 엊그제 같다. 아울러 울진공항도 교통전문가들이 그토록 반대했는데,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해 강행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영남권 정치인들이 발벗고 나서서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갈등 진정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대구는 민자유치, 부산은 독자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10조원대 대규모 사업의 자체 추진은 지방재정과 다른 여건을 고려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빚이 도대체 얼마인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사 등을 합치면 1900조 정도로 매년 가파르게 늘어만 가고 있지 줄어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지역 정치인들이 독자적 추진을 운운하면서 분개하는 것을 보면 역사란 늘 반성 없이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백지화되자 지역 이기주의에 빠진 영남지역 정치권과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대부분은 관심은커녕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그이유로 공항이 유치되면 소음 등으로 가축이 새끼를 기형으로 낳고 사육이 어려워져 인근 주민들의 이주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연히 땅값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밀양을 고집하고 유치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따로 있다. 군사공항이 대구공항에 같이 있다 보니 소음이 너무 심해 이참에 아예 대구·경북에서 가까운 곳인 밀양으로 유치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신공항이 건설된다면 유치할 지역에서 소음이 심한 군사공항까지 받아줄까. 과연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동남권 신공항을 얼마나 이용할까. KTX가 경북 대구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20분대로 단축돼 개통된 마당에 서울까지 국내선항공을 이용할 리도 없고, 인천국제공항은 2011년부터 서울역까지 전철이 개통돼 40분 정도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따라서 줄잡아 2시간 정도만 소요하면 편리성과 정시성이 확보된 KTX와 전철이 인천공항까지 바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경유(환승)를 최소화할 수 있고 직항으로 갈 수 있는 항공노선도 많아 항공비도 저렴한데, 어느 누가 동남권 신공항을 이용하겠는가. 그러므로 현 김해공항에다 확장이나 운영의 묘를 잘 살려보는 게 훨씬 지혜롭고 순리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V형으로 계획하면 좋은 대안이 있다. 얼마 전에 김해공항까지 지하철이 개통됐고 버스로도 연계가 가능한 지금, 가덕도나 밀양으로 옮기는 것은 불필요한 막대한 예산낭비에 낮은 이용률로 적자 공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항공 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할 것이다. 막대한 국가 자금을 끌어들여 시골 촌구석에 공항을 버젓이 지어 놓고 개항조차 못하고 처음부터 썩히는 나라가 전 세계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낙후된 후진국에 가더라도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텐데. 정치적 사생아로 태어난 천덕꾸러기 적자 지방공항들이 전국에 무수히 널려 있음을 정치인들은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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