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과 관련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학교 통폐합과 관련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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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교육과학기술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5학급 이하의 초·중학교와 8학급 이하의 고등학교를 폐지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했다. 이 말은 앞으로 초·중학교는 6학급 이상, 고등학교 9학급 이상만 유지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학급당 학생수도 20명 이상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농산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모조리 없애려는 방안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들은 이 기준대로라면 도내 초·중·고교 976개 중에 초등학교 248곳과 중학교 90여 곳, 그리고 고등학교 21개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내 전체학교의 36.8%가 법적 기준에 모자라 문을 닫게 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만 해도 교과부가 가지고 있는 학교 유지 존속의 기준은 학생수 60명이었고, 최근 10년 동안 60개 정도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학생 수 60명의 원칙은 말 그대로 원칙이었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동의였다. 그래서 60명 이하의 학교도 여럿이 존속하고 있었다. 물론 하나의 면에 한 개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더라도 존속시킨다는 것이 교육청의 중요한 원칙이기도 했다.

교과부의 지시에 순응하기만 하던 도교육청도 이 문제만큼은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의견수렴 결과 도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것과 학생 수 60명 원칙부터 먼저 시행하고 점진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들어 학생 수의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고 학생 수가 교직원 숫자보다 적은 학교도 있었다. 필자가 교육위원으로 재직할 때의 조사이긴 하지만, 이런 학교는 학생 한 명당 직접 교육비가 연간 6000여만 원 이상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학생이 지나치게 적은 학교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교육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개 학년 이상의 복식학급이 지니는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도 있고, 한 학급 학생이 5명 이하로 적을 경우 사회성 함양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 점에서 적정규모의 학교라는 개념정의도 필요하리라 본다.

그런데 지금의 교과부의 학교 통폐합 정책은 너무 지역과 학교 현실을 모른다는 점과 지나치게 일방적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바라보는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 구심점이다. 학교가 폐지되었을 때 지역 공동체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우리는 도처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아직도 2006년에 세웠던 교과부의 학교 통폐합 원칙인 학생 수 60명 기준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생수가 60명 이하지만 지역사회가 강력하게 반대하면 억지로 폐교시킬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교과부는 기준을 한 번에 두 배로 강화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우선 60명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부터 하고 볼 일이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통폐합을 통한 교육적 장점을 가지고 지역에 와서 학교와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더 우선돼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 일 또한 교과부의 일은 아니다. 시·도 교육청이 할 일이다. 교과부는 여전히 지방교육 자치의 원칙과 제도를 무시하고 어떤 일이든 일방적으로 해 왔다. 다시 법률을 살펴봐도 이 일은 시·도 교육감이 할 일이다.

통학구역에 관한 업무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 볼 때 교육감 관장사무로 돼 있고, ‘초중등교육법’에 있는 공·사립학교의 설립과 경영에 관한 권한도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법 시행령을 다시 보아도 ‘학교의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감이 정한다’라고 되어 있고, 교과부장관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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