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에게서 배운 ‘살아갈 이유’
죽은 이에게서 배운 ‘살아갈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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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다. 이 책은 그녀의 삶 중에서도 아주 짧았던 일부분을 담았다. 그 잠깐 동안의 삶이 얼마나 큰 감명을 남겼는지. 이 책을 계기로 수필을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른 살에 세계 100대 대학인 상하이 푸단대학교의 교수가 됐다. 또한 기획하던 프로젝트들이 전부 진행되면서 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이제 돌이 지난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들께 둘러싸여 그야말로 인생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런 그녀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유방암 말기로 암세포가 이미 뼛속까지 전이되어 앉아 있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여겨질 만큼의 고통을 받는다. 삶의 끝에 서 있다고 여기며 살았던 그녀의 마지막 나날들이 이 한권의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는 도중 내 인생에서 제일 아팠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겪었다. 몸도 많이 안 좋았지만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받은 고통이 더 컸다. 인생의 정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순간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러다 덜컥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그 시간의 틈새에서 이 책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아프기 전과 후 이 책을 받아들이는 나의 생각이 완전 달라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녀만큼 성공한 삶을 살지 않았고, 그녀만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이 책에 더 빠지도록 만들었다. 누군가와 같다고 느끼는 것이, 그 동질감이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뭔가를 피어오르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은 ‘그녀만큼 성공하지 않았으니 더 노력해야겠다’라는 것과 ‘그녀만큼 고통받지 않았으니 나 또한 이겨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라면 내가 꿈꾸는 목표를 이루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와닿지 않는 부분이 없던 이 책에서도 제일 맘에 드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녀만큼이나 학계에서 인정받는 교수인 그녀의 남편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 옆에 남아 있는 장면이다. 언제나 계획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던 그의 수첩에는 전부 빨간 줄이 그어졌다. 맨 마지막 장에 남은 그의 단 하나, 겹치고 겹쳐 써서 음각이 되어버린 ‘위지안’이다.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내가 그녀인 것처럼 눈물이 났다. 그녀를 위하는 그의 마음이 예뻤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면서도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람이 된 그녀가 부러웠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었다.

내게 이런 감정을 갖게 한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 지인들이 남아서 그녀를 기억하겠지만,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나 또한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남긴 오늘을 살아갈 이유는 그녀를 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죽음을 앞에 둔 그녀가 몇 가지 이유로 살다 갔듯이, 내게도 살아야할 이유가 너무 많다. 그렇기에 지금 살아있는 나는 ‘살 수 있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만큼의 성공과 만약에 있을 고통에서 그녀처럼 이겨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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