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시인
못에 찔려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좌판 위 마른 북어의 정물처럼 차갑게 누워
가슴을 짓밟고 가는 구두소리를 듣는다
뚜벅뚜벅 그들처럼 바다에 닿고 싶다
아무렇게나 밀물에 언 살을 내맡겨 보면
맺혔던 실핏줄들이 하나 둘 깨어날까
내 꿈은 북(北)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하얗게 녹슨 생각들이 부서져 쌓이는 밤
뜨거운 피를 흘리며 깊은 잠에 들고 싶다
프로필=1987 남해행 시집, 1995년시조시인신인상
작품설명=북태평양 푸른바다를 지느러미로 가르며 투영한 유영의 한 시절, 그리고 좌판 위의 북어처럼 건조한 삶, 현실과의 괴리가 다시 바다로 치닫고 싶은 열망을 잘 치환하고 있다. 길들지 못하는 아나키스트의 저항. (진주문협 회장 주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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