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 교수)
도시관광이 되자면 찾아온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찾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다른 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것들을 찾아 몰려온다. 도시 관광지는 마치 꿀벌이 꿀을 따서 모은 꿀벌집이자 꿀통과 같다. 꿀통에 빠진 관광객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낯선 도시에 흠뻑 취할 수 있어야 하루라도 머물 수 있는 관광이 된다. 자연에서 벌이 꿀을 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분주하듯이 어디 관광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이 쉽겠는가. 찾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는가 여부는 자연의 시간 순회만큼은 아니더라도 도시발전의 역사 속에서 그만큼 긴 시간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주 한옥마을의 진화과정을 보라
그런 점에서 전주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전주의 도시관광은 타산지석이 된다. 1930년대에 형성되었던 700여 가구의 낡은 한옥은 도시의 세련미를 더하는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거주민들과 전주시는 합심하여 무분별한 개발논리로 마을이 변형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탄생시켰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올해로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관광객만도 30만 명이나 찾을 것이라 한다. 5년 전에 100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놀랄 만큼 사람들의 방문이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단 순간에 달성한 성과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도시정비 계획을 세우면서 한옥마을을 지키기로 했다.
이러한 한옥마을 지키기 도시정비 계획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광도시 계획으로 바뀌게 된다. 그들은 서울처럼 세련된 빌딩도 없고, 경주처럼 역사적 유적이 적어도 전주만의 새로운 도시자산을 만들어 갔다. 새로 만든 자산들은 전통마을에 그들의 일상의 멋인 소리, 춤, 전통생활 유산을 들여다 놓은 것이다. 그들은 전주 한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주 부채, 한지 인형공예, 한지의류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한류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지역 문화핵심은 선비와 양반문화에서 시작하여 판소리와 전주 대사습놀이와 같은 소리, 공연문화와 이어졌다. 음식만 해도 콩나물 비빔밥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콩나물을 식재료로 콩나물 해장국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진화시켰다. 요즈음 관광객들은 전주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여섯 군데나 되는 막걸리촌에서 전주 모주를 마시고 아침에 콩나물 해장국을 먹는 것을 호사로 여긴다.
얼마 전에 진주시는 의욕적으로 남강개발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기본계획은 나루터 복원, 천수교 경관조명, 인공폭포 시설과 같은 볼거리와 남강 둘레길을 만들고, 레포츠를 즐기는 생태 휴식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과연 친수공간의 조경과 시민 여가공간 만들기 정도로 외지 사람들이 하룻밤을 진주에서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진주성내 문화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진주외성 광장에 한옥 휴게시설을 만든다고 관광객들이 하룻밤을 자려고 머물까.
도시계획과 도시관광은 함께한다
전주를 그저 칭찬받을 만한 수범사례로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칭찬 받을 만한 이면에 수십 년 앞을 내다본 도시계획에 대한 그들의 의지를 높이 사고 싶어서이다. 전주는 올해부터는 한옥마을 내에 도시 관광정보를 자동안내할 U-Tour 시스템을 도입하고, 체인점이나 카페 등 관련 상가의 입점을 제한하는 용도심의를 강화하였다. 관광객이 하룻밤을 머무르게 하려거든 도시계획 속에서 진주문화의 문화코어(cultural core)를 함께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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