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점석·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200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든 진해 군항제가 중원로터리 주변에서 열렸다. 음식점을 포함한 여러 가지 난전이 로터리 주변의 8거리를 점령했다. 마지막 날에 로터리 옆에 있는 제황산공원에 올라가 보았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방공호, 통신부대 막사와 벙커 그리고 1967년에 세워진 진해탑을 보기 위해서였다.
제황산은 진해의 구 중심시가지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며 일제시대에는 전략적인 군사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주택지와 가까운 산 아래에는 바위를 뚫어서 만든 방공호가 있고 산 정상에는 통신부대 막사와 벙커가 지금도 제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러일전쟁의 승리를 기념하여 세운 전승탑은 해방 후에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우리나라 해군의 군함을 상징하는 진해탑이 세워져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허술한 모습의 진해탑을 보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진해의 역사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전한 생각으로 탑 입구를 나서니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때부터 진해에 관한 역사공부를 하기 위해서 진해탑 1층에 있는 박물관을 몇 차례 드나들면서 향토사에 관한 책을 빌렸다. 향토사학자도 만나고 문화예술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들 진해탑을 없애서는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오히려 더 신경 써서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창원시에서는 근린공원 조성계획에 의해 벌써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전체 5단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었다.
답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자물쇠로 채워져 있는 방공호와 통신부대 벙커를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방공호 열쇠는 중앙동사무소가 보관하고 있고 벙커 열쇠는 시청 공원사업소가 보관하고 있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제황산에 관한 행정적 역할분담이 간단하지 않았다. 제황산 전체는 공원사업소가 담당하고 있는 반면 모노레일과 진해탑 건물관리는 시설관리공단 소관이고 박물관 업무는 진해구청 문화위생과 소관사항이었다. 진해탑의 철거여부를 확인하니 부서별로 알고 있는 내용이 달랐다. 철거될 것으로만 알고 있는 부서도 있고 최소한 5월에 시작한 2단계 사업에는 철거계획이 없다고 대답하는 부서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전체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박물관만 하더라도 제황산 정상에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접근성이 좋은 위치로 옮겨야 한다. 가파른 경사면을 숨가쁘게 오르는 자그마한 모노레일이 있긴 하지만 거의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유일한 차량 진입로는 외곽을 빙 둘러서 주택가 내부의 1차선 좁은 도로를 지나는 불편함 때문에 아무리 돈을 들여 정상을 화려하게 해놓아도 아무런 쓸모가 없을 정도이다. 담당업무의 성격이 달라서 시청의 여러 부서로 나누어져 있을 수는 있다. 다만 훌륭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관 부서가 힘을 합치고 시민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서 제황산을 진해의 보물로 가꾸어야 한다.
전점석·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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